"박근혜 정부는 세금을 더 많이 거둬들이기 위해 열심이다. 그중에는 4년에 걸쳐 지하경제 27조2천억원을 거둬들이겠다는 목표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지하경제는 공식 경제규모의 약 25%를 차지한다. 지난해 기준 한국 총 노동인구의 25%이상이 자영업자다. 일본의 12.3%, 미국의 7%에 비교된다. 국세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고소득 자영업자 중 48%가 2012년에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 올초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한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 내용이다. 자영업 비중이 큰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와 탈세 단속을 피하기 위해 현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 요지다.

5년전 고액권인 5만원권 지폐 도입을 앞두고 오랫동안 찬반론이 팽팽했다. 고액권 발행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5만원권을 도입하면 기업인과 정치인이 쉽게 탈세와 부당거래를 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이같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끔 세무당국이 탈세 용의자의 집을 급습하면 으레 금고 속에는 5만원권 다발과 골드바가 쌓여 있는 것이 드러나곤 했다. 부피가 작은 5만 원권이 탈세 수단으로 쓰인다는 얘기다. 또 금융 전문가들은 탈세를 위해 현금 거래를 하는 '캐시 이코노미(Cash Economy)' 심화에 5만원권이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액권인 5만원권이 발행 5년만에 시중 유통화폐 잔액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한은 자료를 보면 발행 첫해인 2009년 시중 발행잔액이 9조9천230억원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40조6천812억원이나 됐다. 올 4월말 현재 시중에 풀린 5만원권은 43조8천510억원으로 전체 화폐잔액의 65.9%나 된다. 장 수로는 8억7천702만장으로 국민 1인당 17.8장 가량 보급된 셈이다. 5만원권이 최근 들어 불법 선거자금이나 부당거래 등의 지하경제 주범으로 다시 지목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의 '신사임당'으로 불리는 5만원권 환수율은 전국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2010년 30.3%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25.4%로 뚝 떨어졌다. 경북은 현금 보유 성향이 강한 농촌지역이 많고, 자금의 역외유출이 심한 것이 반영됐다지만 탈세를 위한 현금거래나 부당거래가 늘어나지 않았는지도 의심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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