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제나라 왕 경공은 공부라는 곳에 시찰을 나갔다. 그는 북쪽을 향해 제나라를 바라보면 감개무량한 듯 말했다. "만일 고인(古人)들이 모두 장생무사했다면 장차 어떤 상황으로 변하게 되었을까" 곁에 있던 재상 안영이 대답했다. "고인들이 모두 죽지않았다면 제나라의 선대왕들이 지금까지 통치했을 것이고 폐하께서는 아마 지금 밀짚모자를 쓰고 보잘것없는 차림으로 밭이나 갈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폐하께서 지금처럼 한가히 죽음의 문제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있겠습니까?" 경공은 안영의 대답이 불쾌했지만 화를 참았다.

잠시 후 양구거가 말 여섯 필의 수레를 타고 쏜살같이 달려왔다. "누가 왔을까." "분명히 양구거일 것입니다." "사람도 보지 않고 어떻게 알았소?" "이런 더운 날에 쏜살같이 수레를 몰면 심할 경우 말이 죽을 수도 있고, 가벼운 경우라도 말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양구거가 아니라면 누가 감히 저 같은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양구거는 나와 가장 마음이 맞고 조화가 잘 되는 사람이오." "그런 경우 마음에 맞는다고는 할 수 있지만 조화가 잘 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조화가 잘 되는 것은 임금이 단것을 맛보면 신하는 신 것을 맛봐야 서로 보완이 돼 완벽해지는 것입니다. 양구거는 임금이 단것을 맛보면 자기도 단것을 맛보면서 한결같이 임금에게 순종만 하는데 어떻게 폐하와 조화가 잘 된다고 할 수 있습니까?" 안영은 경공이 가장 총애하는 양구거를 힐책했으나 치미는 화를 눌렀다.

날이 어둑해지자 경공은 서쪽 하늘을 날아가는 혜성을 보자 신하에게 서둘러 제사를 올리고 닥쳐올 재앙을 막아라고 했다. "폐하, 그와 같은 일은 쓸데없는 것입니다. 혜성이 나타난 것은 하늘이 불경스런 사람을 경고하기 위한 것입니다. 폐하께서 덕치를 베푸신다면 제사를 지낼 필요가 없습니다." 안영이 하루에 세 차례나 경공의 잘못을 직언한 '일일삼과(一日三過)'의 고사다.

총리로 내정됐다가 낙마한 안대희 전 총리지명 후보에게 재상 안영과 같은 '일일삼과'의 '직언총리'를 기대했는데 국민의 기대가 무산됐다. 권력에 정면으로 맞섰던 소신 인물로 평가됐는데 아쉽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하는 총리감 어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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