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갈등·반목 상존하면 지역발전 실마리 못찾아, 소통으로 마음의 문 열어야

제갈 태일 편집위원

바누아투 군도는 태평양의 외진 섬이다. 17세기 포르투갈 인에 의해 발견되었고 두 가지 이색적인 문화가 있다. 이 섬에는 다수결 원칙이란 게 없다. 모든 현안문제는 주민들의 만장일치가 이루어질 때까지 토론을 한다. 바누아투문명으로 세상에 알려진 이유이다.

하루 종일 자기의견의 정당성을 이해시키느라 분주할 때도 있고 몇 년 동안 토론을 할 때도 있다 한다. 이들에게 '소통'은 최고의 가치다. 또 하나는 각 씨족사회는 전문 직업집단이다. 어부, 도자기, 농업 등의 직업을 가지지만 농 부 아들이 도자기에 재능을 보이면 도자기가에 입양시킨다. 도공은 아이의 재능이 발휘하도록 도와준다. 도공자식이 고기잡이를 하고 싶어 하면 어부가에 입양시키기도 한다.

다수결의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나 가문의 내력을 고집하지 않고 아이의 소질에 따라 가문을 넘나들게 하는 '개방성'도 놀라운 일이다.

소통은 오늘날에도 주요한 사회이슈다. 소통이 잘 이루어지면 인적, 물적 국부(國富)가 낭비되는 일이 없다. 가문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의 탤런트를 찾아주는 입양제도처럼 소질을 썩히는 일도 없다.

민주주의의 꽃이란 선거제도도 국가가 공인해주는 승자독식주의 도박체제란 비판이 있다. '제로섬 게임'만 존재한다. 소통의 미덕이 없고 피를 끓게 하는 담론도 없다. 갈등과 반목이 상존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기도 한다. 가장 발달한 정치체제라는 민주주의의 그늘이다.

6·4지방선거가 끝났다. 외신들은 우리나라 선거를 'OK목장의 결투'로 비유한다. 선거후유증은 최소화할 수록 좋다. 지역사회가 생동적이고 파워풀한 모습으로 되살아나는 묘약도 바로 '소통'에 있다.

소통의 빗장을 여는 열쇠는 호기심이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상대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연다. 마음을 열면 편견과 독선이 들어설 자리가 없어진다. 당선자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개방적인 자세로 모든 이를 포용할 때 훌륭한 목민관(牧民官)이 될 수 있다.

소통에는 '티타늄 법칙'이란 게 있다. 다른 사람의 기호에 맞추어 행동하면 성공적으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법칙이다. 이 법칙은 누구나 비슷한 사람과 어울리려한다는 사실에 근거를 둔 것이다.

우선 생각부터 바꾸어야 한다. 공감할 줄 알고 남을 의식하며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상대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방식을 조정하고 수정해 더욱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티타늄 법칙이다.

또 다른 소통법칙에는 2:8 '파레토법칙'이란 것도 있다. 2분 말하고 8분을 듣는 경청의 자세를 가지라는 뜻이다. 듣지 않고 소통할 수 없고 능변과 달변은 소통의 적이다. 소통은 곧 경청이다.

우리문화의 원형은 '한'문화다. 상하와 자타가 하나 되는 문화이며 그 열쇠도 소통이었다.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을 한 신라시대의 화백제도도 바누아투문화와 일치한다. 티타늄법칙이나 파레토법칙도 우리문화의 정수였다. 지방선거 당선자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이번 선거에서 유임된 도지사와 교육감, 신임 포항시장 그리고 시도의원들의 당선을 축하한다. 이제 귀중한 표를 준 유권자에게 보답할 차례이다. '포용과 소통'은 그들과의 아름다운 동행을 약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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