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로 참사후 안전조치 강화돼도 우리사회 안전불감증 아직도 만연, 국가 개조에 암적인 존재 도려내야

포항지방해양항만청이 선장의 선박 운용능력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선장 자격을 부여하는 허술한 행정집행으로 한국해운조합 울릉운항관리실이 현장에서 여객선의 출항을 정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한다. 이 여객선은 당국의 안전개선명령을 이행치 않고 출항했다고 한다. 승객들이 항의하는 등 큰 소동이 벌어진 것은 그만두더라도 또 대형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닌지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 사건이어서 답답하기 그지없다.

6일 D사의 독도행 여객선은 400여명의 승객들에게 승선권을 발매한 후 출항을 준비하다가 한국해운조합 울릉운항관리실로부터 선장의 선박조정능력에 따른 접안미숙 등으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유로 출항을 정지 받았다. D사는 지난달 23·24일 포항해양항만청과 해경, 울릉군, 해운조합 등이 합동으로 벌인 안전점검에서 선장의 안전운항과 비상시 대응능력 부족, 비상전원 공급장치 불량 문제점이 지적돼 개선 명령과 함께 1차 운항정지(5일)의 행정처분을 받고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2차 운항정지(13일간)까지 받았던 적이 있다.

여객선 안전운항 관리규정에는 '여객선의 선장이 교체될 시 새로운 항로에 대한 적응능력과 선박의 운항능력을 검증하는 적성검사를 한후 선장으로써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도 이번 D사의 새로운 선장에 대해 포항지방해양항만청은 실제로 교체된 선장이 선박을 운용할 수 있는지 현장 확인은 하지 않고 필기시험만으로 선장의 직무수행능력을 평가, 적성검사를 한 후 선장으로서의 자격을 부여하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행정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다행히 현장에서 여객선의 안전운항을 관리하는 한국해운조합 포항지부 울릉운항관리실이 선장의 조종능력이 미흡하다고 판단, 현장에서 출항을 정지하는 조치를 취해 혹시나 일어날 수도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했다. 실제 현장에서 선박조종능력과 항해능력, 장비운용능력을 점검하지도 않은 채 필기시험만으로 자격을 부여한 포항지방 해양항만청 직원들의 업무처리 능력은 혀를 찰 정도이다.

여객선 사고가 난 게 엊그제인데 바로 또 이런 반(反)안전행정이 터지니 말문이 막힌다. 국민이 안심하고 지낼 곳이 없어 보일 정도다. 세월호 사고로 그 많은 생명을 속절없이 잃고도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크게 바뀌지 않은듯해 씁쓸하다. 이날 독도행 여객선은 실제로 운항하더라도 사고가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전라도 진도 앞바다를 운항하는 세월호는 평상시에 그렇게 운항하다가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해안여행이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안전 문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세월호 침몰사고는 눈뜨고 수많은 생명을 몰살시키는 참사로 나타났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 조치가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지만 크고 작은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지시 등에 따라 자체 안전점검을 했을텐데 D사에 대해 무엇을 안전 점검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너무 안이한 것은 아닌지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여객선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해양경철청의 대응 잘못으로 정부가 해양경철청 해체 계획까지 발표했는데도 말이다. 비단 포항뿐이겠는가. 우리사회에 만연한 민관의 안전 불감증은 안전 국가 개조에 암적인 존재로 전락한 상태다. 이번 울릉도 여객선 D사의 운항정지는 참사가 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지만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할 시국에서 일어난 참사 아닌 참사다. 시민감시단이 포함된 해양경찰청과 안전행정부의 특별감사가 필요하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면 언제든지 세월호 침몰 사고와 같은 일은 재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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