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義理)' 열풍이다. 의리파 배우 김보성이 방송에 출연해 입버릇처럼 되풀이 하던 말이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TV광고는 물론 영화 홍보 차 내한한 미국 배우 톰 크루즈까지 의리를 외칠 정도다. '의리'는 지난해 말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한 개그우먼이 코미디 프로에서 김보성의 과장된 제스처를 패러디한 '보성댁' 캐릭터로 우스꽝스런 발음의 '으리'를 외쳐대 웃음을 줬다. 이후 실제 김보성의 사진을 사용한 '으리 패러디'물이 SNS를 타고 퍼지면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이 때문에 배우 김보성은 일약 최고의 광고모델로 뛰어올랐고, 최근에는 '의리'가 일종의 사회현상이 되고 있다.

'인간이 마땅히 행해야 할 도리'라는 '의리'는 이미 공맹시대에 체계화됐다. '이(理)'를 중요시한 송대의 학자들이 공자의 사상을 계승한 맹자의 '의(義)'에 '이'를 붙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의리'라는 용어는 '예기'에 "충신(忠信)은 예의 근본이고 의리는 예의 문식(文飾)이다"라고 사용된 예가 있다. 의리의 '의(義)'는 여러 가지 의미를 띠고 있다. 마땅한 것, 올바른 것, 바른 인간의 행동이나 태도의 구체적 모습 등의 의미를 함께 띠고 있다. 의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을 '의용(義勇)'이라 했는데, 옳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정신과 저항의식, 즉 '의분(義憤)'이 깔려 있다.

맹자는 '의'와 관련한 가치판단의 기준과 원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맹자는 '의'를 공자 사상의 중심 개념인 '인(仁)'과 짝지어 설명하고 있다. '인'이 인간 본질을 의미하는 존재론적 측면이라면 '의'는 그 본질을 이룩하기 위한 행위, 즉 실천론적 측면이라는 것이다. "인은 사람의 마음이고, 의는 사람의 길이다"(맹자 고자 상 孟子 告子 上)라고 했다.

공자왈 맹자왈이나 폭력깡패들의 조직에 대한 알량한 신의 정도로 여겨지던 '의리'가 국민적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는 배경에는 생때같은 목숨들을 버려둔 채 침몰하는 세월호를 버리고 탈출한 선장이나, 국가적 재난 상황에 책임감 없이 임한 공직자들과 정치인들에 대한 반감이 깔려 있다. 의리 신드롬은 '인간이 마땅히 행해야 할 도리'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행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어서 뒷맛이 씁쓸하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