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관피아 척결"천명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진척없이 답보상태, 국회도 '김영란법' 등 빨리 처리해야

대구 중남구 지역구 김희국 국회의원이 국토부 차관이던 지난 2011년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의 1차적 원인으로 꼽히는 해사안전법 개정에 보류의견을 내 해운조합이 선박의 운항관리를 계속할 수 있게 하도록 선도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여객선 운항에 안전한 조건을 만들 기회를 놓친 것이 관료들 때문이라니 충격적이다. 이에 앞서 국토부는 지난 2009년에 25년까지만 운항할 수 있었던 여객선 선령을 30년으로 늘렸다.

해운업자들의 숙원을 풀어준 국토해양부, 관련 규칙 개정을 추진한 이재균 제2차관과 김희국 해운정책관은 지난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부산과 대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 과정에 한국선주협회 정 모 부회장으로부터 각각 500만 원씩의 정치후원금을 받는 등 해운업계와 결탁한 것이 드러났다. 김 의원은 이쯤되면 국회의원직에 연연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스스로 용퇴를 결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대구시민을 부끄럽게 하지 않는 것일 것이다. 해운조합은 이번에 참사를 빚은 세월호의 안전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관계자들이 구속된 바 있지만 세월호 침몰로 수백 명이 산채로 수장되고 난 뒤 처벌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의 분노와 이를 반영한 국가개조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나 지금까지 실질적인 진척이 없다. 하루속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공공인프라의 정비가 급선무다. '관(官)피아(관료+마피아)'로 대표되는 공직사회 부정부패와 민·관 유착 비리를 뿌리뽑고, 유착 비리를 부르는 구조적 문제점을 파악해 제도를 개선해야한다.

국회, 정당, 정부 등 공공부문에서는 부정부패와 민·관 유착 비리를 이번에야말로 정말 뿌리 뽑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로 그 많은 희생을 치르고도 뻔히 아는 잘못을 도려내지 못하고 있어서야 말이 되겠는가. 관피아의 문제는 세월호 사고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해운조합이나 한국선급의 사례에서도 이미 명확하게 드러났다. 여객선사에 대한 감독권을 가진 한국해운조합과 한국선급을 해수부 공무원이 막후에서 장악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관피아 척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진척이 없다. 공직유관단체 기관장과 감사직에는 공무원을 임명하지 않고 공직자윤리법 개정으로 퇴직 공무원의 취업제한 대상기관 수를 전 공공분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가로 포함해야 한다. 검찰, 감사원, 경찰 등 사정당국이 인허가 비리 등 고질적인 공직사회 병폐를 막지 못했기 때문에 관피아 비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사정당국은 관피아 범죄, 공기업 등 공공기관 비리, 공직자 및 공공부문 업무수행자의 민·관 유착 비리 척결을 위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야 한다. 국회도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을 하루빨리 심의 통과시켜야 한다. 세월호 같은 참사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국민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만 생각하고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부패 척결을 위한 법적인 기반을 마련하는데 국회 정치권이 더 머뭇거릴 핑계는 더 이상 찾기 어려울 것이다.

세월호 사고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끼리끼리 문화와 민·관 유착이라는 비정상의 관행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민·관 유착은 비단 해운 분야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수십 년간 쌓이고 지속돼 온 고질적 병폐다. 국민 생명을 담보로 끼리끼리 서로 봐주고 눈감아 주는 민·관 유착의 고리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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