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식 구미 형남중 교감·수필가

3월 중순 1학년 야영수련 때의 일이다. 야영 장소인 청소년수련센터의 여러 야외 프로그램 중 필자에게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파이프 라인' 게임이었다.

학생들이 단체로 두 편을 갈라 각각 일렬로 서서 위치를 바꾸어가며 자신이 가진 반원통형 플라스틱 파이프의 홈을 이용하여 탁구공 같은 것을 빨리 이어 굴리는 팀이 이기는 경기이다.

전형적으로 협동의 미덕을 기르는 게임이라 할 수 있지만, 포상의 매력을 부여하여 아이들에게 자율적으로 시행하게 할 경우에는 '도덕성'을 실험하는 게임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실제로 공을 떨어뜨리게 되면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규칙을 정직하게 지킨 팀은 속도가 느려서 지게 마련이고, 떨어진 공을 주워 원래 위치보다 앞쪽으로 담는 등 반칙을 일삼은 팀은 우선은 속도가 빨라 이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심판에게 발각이 되면 전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결국 패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정직함, 혹은 도덕성을 지키는 것은 우선은 손해보는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는 성공으로 이끄는 초석이 된다는 믿음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것은 참으로 소중하다. 더구나 최근의 '세월호'와 같은 참사의 밑바탕에는 '낮은 도덕성'이라는 요인이 도사리고 있었던 만큼, 그러한 신념을 청소년들에게 육화시키기 위해서는 부모와 교육자들의 더 많은 성찰과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니, 그보다 더욱 바람직한 것은 부도덕한 어른들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청소년들이 많이 생겨나는 일이다. 우리는 그 가능성을 박완서의 동화 '자전거 도둑'에 등장하는 주인공 '수남이'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순진한 시골 소년이었던 '수남이'의 귀가는 주인 영감 등 어른 세계의 악에 물들 뻔 했던 자신을 다시 '소년다운 청순함'으로 되돌려 놓는 의미가 있다. '신사'의 자동차를 들이받고서 부당한 방법으로 자전거를 들고 오면서 그는 '떨리고 무서우면서도 짜릿한' 쾌감과 동시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그러한 '쾌감'이 앞으로 도둑질을 하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을 깨달은 것은 참으로 기특하고 그의 장래를 위해 다행한 일이다.

그리하여 소년은 도덕적으로 자신을 견제해 줄 어른, 곧 아버지를 그리워하게 된 것이다. 마침내 그는 자신의 석연찮은 행위에도 "오늘 운 텄다"고 좋아한 가게 주인 영감에게서는 더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는 고향집으로 가기 위해 짐을 꾸리게 된다.

이렇게 예컨대 '파이프 라인' 게임에서 일시적으로 반칙이 주는 '쾌감'을 맛보았다 하더라도 '자기 내부에 도사린 부도덕성'에 대한 경계를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인식한 '수남이' 같은 청소년이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의 앞날이 밝아지리라는 희망과 기대를 가져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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