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자기 합리화·변명, 충분한 원인 분석 기회 상실, 대책 마련 합리성 결핍 초래

김찬곤 경북과학대힉 교수

뒤에서 말을 주고받는 행위나 그런 말을 우리는 '뒷담화'라고 한다. 이는 어느 특정인이나 특정사안을 정면에서 평가할 수 없을 때 뒤에서 또는 숨어서 하는 말로, 주로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게 담겨있는 뜻으로 해석되곤 한다. 어떤 사람 뒤에서 이러쿵저러쿵하기도 하지만 이미 일어난 어떤 사건을 두고 이럴 줄 알았다거나, 내가 그때 이렇게 말했을 때 당신들이 듣지 않아서 이렇게 되었다는 식의 자기주장의 착각에 사로잡혀 하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다.

최근 6·4 지방선거의 결과가 밝혀지자마자 여기저기서 이번 선거의 결과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식의 말들이 수없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선거 결과가 나오기 불과 몇 시간 전만 하더라도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에 아무도 장담 못한다던 사람들이 결과가 나오자마자 자신이 예견한대로 되었다고 주장하며, 그 원인은 이러저러하다고 강조한다. 과거 장관을 지냈고 지금은 정계를 은퇴했다는 어떤 이의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되면 많은 사람이 감옥에 가게 될 것 같다"는 과거의 발언대로, '세월호 사건'으로 많은 사람이 구속되고 있는 현실을 예언한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내고 하였고, 검찰과 경찰의 '유병언 검거'에도 초기엔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던 사람들이 몇 주가 결려도 그를 찾아내지 못하자 "그럴 줄 알았다"는 식으로 검찰에 대한 안이한 검거자세를 앞다투어 비난하면서, 심지어 검찰의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봐서는 그를 쉽게 검거하지 못하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까지 폄훼하기도 하였다. 이런 뒷담화가 가치 있을 리 만무하다. 일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뜻을 알려주어야 의미 있기 때문이다. 정말 선견지명이 있었다면 미리 적극적으로 알려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해야 옳다. 발생된 일의 앞뒤를 끼워 맞춰 "내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표현은, 그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까닭을 설명해 주는 최소한의 단서는 될 수 있을지언정, 일의 해결이나 앞으로의 사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개인 의사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일의 해결을 오히려 늦추는 방해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과 관련하여 어느 전문가는 이미 일어난 사고를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인간의 소위 '후견지명(後見之明)'이라는 착각은, 때로는 어떤 비극이라도 그 원인을 쉽게 설명해주는 기능은 할지 몰라도 섣부른 진단으로 심도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어떤 사건에서라도, 이미 드러난 결과를 가지고 '총체적 부실이 가져온 예견된 인재' 정도로 사건의 원인을 손쉽게 추측하게 하고, 사건의 예측보다는 이미 드러난 결과를 알 수 있었던 것이라고 착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인에 대한 충분한 분석의 기회를 건너뛰게 하면서 그에 대한 해결책은 상대적으로 손쉽게 내놓는다는 것이다. 이는 곧 원인에 대한 정확성과 그 대책에 대한 합리성의 결핍을 초래하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런 쓸모없는 자기 합리화나 변명으로서의 부정적 측면이 아니라, 바람직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으로서 우리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뒷담화'가 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뒷담화'로 쓸모없는 논쟁만 일삼을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선견지명'으로 바꿀 묘안은 없는지에 대한 '뒷담화'가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