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콘에서 허당 조폭 캐릭터로 큰 인기…데뷔 후 첫 단독 사인회도 열어

꼭 '뜨고' 싶었다. "뜨니까 변했네"라는 말 한 번 들었으면 했다. 그러나 마음만 간절했다. 다른 동료들과 함께 사인회를 열면 채 몇 장 사인도 안 했는데 줄은 금방 끊겼다. 민망함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는 그는 이제 단독 사인회를 연다. 오후 2시 시작한 사인회에서 아침 7시부터 그를 기다렸다는 팬을 만난 적도 있다.

개그맨 조윤호(36)의 이야기다.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깐죽거리 잔혹사' 무대에 검정 코트 차림의 조윤호가 나타나기만 해도 사람들은 이제 환호를 보낸다. 조윤호는 싸움을 책으로 배운 '허당' 조폭으로 무술 고수 부녀를 위협하다 도리어 된통 당하는 캐릭터를 맡았다.

"참 말도 안되는 것 같다"며 갑작스럽게 찾아온 인기에 얼떨떨해하는 조윤호를 최근 종로에서 인터뷰했다.

'깐죽거리 잔혹사'는 2013년 12월 어느날 KBS 희극인실(코미디언실)에서 탄생했다. 개콘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은 개콘 작가실에, 출연 코너가 없는 개그맨들은 희극인실에 모인다. 가장인 조윤호는 그날도 희극인실에서 하루를 보내다 해가 지면 퇴근할 생각이었다. 이때 동료 개그맨 류정남과 이찬, 이성동이 새 코너 아이디어를 짠 대본을 들고 희극인실로 들어왔다. "같이 해보자. 형 좀 살려줘라"고 슬쩍 운을 띄운 조윤호는 즉석 합류했다.

조윤호는 "녹화해도 실제 방송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유단잔가'(유단자인가)라고 말하는 리드멘트에서 (관객들 웃음이) 터지니까 왜들 이러지, 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첫 녹화분 방송이 확정된 다음 조윤호를 비롯한 멤버들은 방송국 옥상에 올라가 서로를 얼싸안았다. 이들이 "제발 3개월만 하자"고 간절히 바랐던 '깐죽거리 잔혹사'는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쾌속 순항 중이다.

조윤호는 개콘 개그맨 중에서는 처음으로 남성복 광고까지 최근 찍었다. 그는 광고를 찍으며 양복 2벌도 받았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홍보 영상까지 포함하면 지금껏 찍은 광고가 10개에 이른다. 조윤호는 '깐죽거리 잔혹사'를 올해 겨울까지는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벌써 새로운 코너도 연습 중이다.

하지만 10여년이 넘는 기다림 끝에 뒤늦게 만발한 스타는 결코 자만하지 말자고 다짐하는 모습이었다.

"지금 인기가 좋다고 거만할 필요도 없어요. 제게 언제 또 아무것도 없을 때가 올 수도 있잖아요. 그때를 생각해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고 변하지 않는 모습을 유지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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