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흥행 명성 무색 스토리·짜임새 엉망…주인공 연기 집중력 저하

뮤지컬 '태양왕' 공연.

뮤지컬 '태양왕'이 지난 14~15일 이틀간 대구 계명아트센터 무대에 올라 지역관객과 마주했다.

이 작품은 "짐은 곧 국가다"라는 말로 유명한 프랑스 절대군주 루이 14세의 삶과 사랑을 무대에 옮긴 흥행 대작이라고 홍보됐다. 실제 2005년 프랑스에서 초연된 뒤 8년간 프랑스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바 있다.

이러한 명성이 무색하게도 실제 무대에 오른 작품은 다소 실망스럽다.

길을 잃은 스토리와 짜임새가 결여된 연출로 이렇다 할 감동과 울림을 주지 못했다. 음악은 다양한 장르가 난잡하게 엉켰고, 애크러배틱·폴 댄스·플라잉 등 난도 높은 장면은 서커스를 보는 듯 스토리와 따로 논다.

이야기는 17세기 프랑스 절대주의 시대의 대표적 전제 군주인 루이14세만의 패기 혹은 위대함, 사랑을 향한 열정, 역사적인 성과 어느 것도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는다. 그저 루이 14세와 세 여자와의 사랑이야기를 단순 나열하는데 그칠 뿐이다.

여기에 주인공의 역량은 관객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SBS TV '별에서 온 그대'로 주가를 높인 뮤지컬배우 신성록은 안재욱과 함께 루이14세를 번갈아 연기했다. 그러나 보는 사람을 긴장시킬 정도로 음정과 가창력은 불안했다. 공연 내내 고음부분을 실수를 할까봐 보는 사람이 아슬아슬할 지경이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주조연 배우들이다. 프랑소와즈 역의 윤공주·김소현, 보포르 공작 역의 김성민·조휘, 필립 역의 정원영·김승대 등 주조연 배우들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뒤를 받친다. 군무들은 서커스에 가까운 난이도 높은 실력을 뽐낸다.

뮤지컬 넘버는 강력한 락 사운드를 바탕으로 클래식·가요·재즈·R&B 등 다양한 장르가 엉키다 보니 극의 흐름을 방해한다.

2막에 등장하는 보포르 공작과 이자벨이 부르는 '하늘과 땅 사이'란 곡은 감성적이고 세련됐다. 그러다 어느순간 '필립'이 노래하는 곡들은 가볍고 방정맞다. 배우들의 수준 높은 가창력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겉도는 느낌이라 거슬린다. 무용수들은 끊임없이 무대 위를 날아다니고, 서커스에 가까운 아크로바틱을 선보이며 투명한 공 안에서 춤을 춘다. 볼거리란 볼거리는 거의 다 들어 있다. 금빛을 기본으로 한 번쩍번쩍한 무대의상도 360여 벌에 달한다. 그런데 작품의 기본 뼈대가 부실하니 이 볼거리들이 제대로 작품에 달라붙지 못한다. 게다가 화려함을 강조하면서도 영상으로 조악하게 처리된 베르사유궁 모습 등은 너무도 초라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 흥행한 라이선스 뮤지컬, 수십억을 쏟아부은 대작, 스타 배우 총출동 등의 홍보문구로 관객몰이를 하기엔 이미 지역 관객들의 수준은 높아있다는 점을 제작사 측이 간과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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