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아주 피어 있던 그 마당의

오래된 펌프는 한 바가지의 몰만 부어주면

맑은 물을 한없이 퍼올리고는 하였다

나는 펌프의 뿌리를 따라 내려가

달이 뜨는 어느 마을에 닿기도 하였다

꽃들이 빈방을 열어주던 시절

 

수소문을 하여보았지만

그 오래된 펌프를 보았다는 사람은 없었다

대개 꽃들은 일찍 시들고

거리에는 사랑이 활짝 피어났다 대신

밤마다 수도관을 타고 올라오는

수상한 울음소리를 잠결에도 모두들

똑똑히 들어야 했다

*마중물이란 것이 있다. 지금은 별로 사용하지 않는 펌프 물이다. 빈 펌프에 물을 넣고 손잡이를 움직이면 마중물이 땅속의 지하수를 한 아름 아니 끊임없이 끌고 온다. 물을 콸콸 쏟아지게 만들기 위해서는 항상 마중물이 필요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그저 그냥 되는 일은 없다. 노력한 만큼 결과는 따라오게 된다. 노력이야 말로 미래를 향한 현재의 마중물이다. (시인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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