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 안에는 칼이 있다. 너희가 다칠 것 같으면 나 스스로를 죽이는 칼이다. 너희는 팀을 위해서만 뛰어라", "사람들은 선수가 가장 잘 할 때만 기억한다. 중요한 건 좋을 때가 아니더라도 믿음을 주면 선수는 언제든지 해낸다." 무한한 믿음과 따뜻한 애정이 담긴 이 말에는 브라질 월드컵 홍명보 한국대표팀감독의 '형님리더십'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짜증낼 시간 있으면 선수들과 눈 한번 더 맞추고 등 한번 더 두드려 주는 홍 감독의 '형님리더십'은 선수들이 경기에서 '죽기 아니면 살기'로 뛰게 하는 촉진제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놓고 일본과의 결전 바로 전날, 모든 걸 선수자율에 맡기는 홍 감독이 이례적으로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유도 김재범 이야기를 꺼냈다. "재범이 이야기 알고 있지요. 죽기 살기로 했다가 베이징 올림픽 때 은메달을 땄고, 이번엔 죽기로 해서 금메달을 땄어요. 죽기로 합시다." 결전의 날 한국 선수들은 홍 감독의 말대로 죽기로 싸워 일본을 격파하고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One Team One Spirit One Goal(하나의 팀 하나의 정신 하나의 목표)'가 홍명보 감독이 내건 대표팀의 슬로건이다. "최고의 선수를 뽑아서 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며 '모두가 하나 되는 팀'을 역설했다.

좌우명이 '일심(一心)'인 홍 감독은 '팀 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가 그의 소신이다. "팀워크를 해친다면 호날두도 뽑지 않는다"고 말 할 정도로 팀워크에 대해 강한 집착을 갖고 있다. 홍명보 감독 만큼 명실상부한 한국 축구의 아이콘도 드물다. 국내 선수로는 유일하게 월드컵 본선에 4회 연속 출전, 한국이 벌인 16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가 월드컵 실전을 가장 많이 체험, 체득한 지장(智將)이며 덕장(德將)이다.

더욱 반가운 것은 홍 감독에 대해 "운이 따르는 '복장(福將)'이다"라는 축구팬들이 많다는 것이다. 송준섭 축구 국가대표팀 주치의는 "홍 감독이 팀을 이끌면 시작은 미약해도 끝은 장대하다"고 격찬했다. 손자병법에서도 "장수는 반드시 복이 많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將必擇其福厚者)"고 했다. 세월호 참사로 슬픔에 젖어 있는 국민의 마음을 달래줄 승전보를 홍 감독에게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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