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하늘은 늘푸른 폐허였고

나는 하늘 아래 밑줄만 그읏고 살았다

 

마치, 누구의 가난만은

하늘과 평등했음을 기념하듯이,

<감상> 여름이 되면서 수평선을 마주할 때가 많아졌다. 사람마다 수평선을 바라볼 때의 감정은 다를 것이다. 기분 좋은 날 수평선엔 마른 빨래가 펄럭일 것 같고, 그곳에서 경쾌한 음표가 튕튕 소리를 낼 것 같기도 하다. 반면에 우중충한 날은 수평선도 보이지 않고, 작은 선술집에 들어가 막걸리라도 마시며 시간을 눕히고 싶다. 폐허의 하늘 아래 밑줄만 긋고 살아온 시인이 가난이야말로 하늘과 평등함을 일깨운다. 그러고 보니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일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일과 같다는 성경의 한 말씀도 생각난다. 어찌 살다보니 마음은 가난한데 생활은 낙타를 끌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하재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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