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이 처한 냉혹한 현실 직시, 상호분쟁으로 인한 상처 봉합하고 설립자 유지 받들어 새출발 하기를

재단분규로 그동안 파행적인 학교운영 상태에 있는 대구대학교 학교법인 영광학원이 최근 정상화의 기미를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다. 우선 지역사회에서 대표적인 청렴 판사로 알려졌던 권혁재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대구대학교 학교법인 영광학원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지난 13일 대구대 대구 대명동 캠퍼스에서 열린 '제559회 학교법인 영광학원 이사회'는 권 교수를 만장일치로 이사장에 선출했다. 권 이사장은 경북대 법학과 재학시절 사법시험에 합격, 대구지방법원 등 오랫동안 법원 판사를 역임하고, 변호사를 거쳐 경북대 법학부 교수로 영입돼 법학전문대학원장을 지낸 중진 법조인이자 법학자여서 대구대는 물론 지역사회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날 임시이사회는 산하 10개 학교기관의 예·결산, 특수학교 2곳의 학교장 중임, 대구대 등 교원 승진 및 재임용 안건은 처리했으나 대구대 정상화를 위한 핵심 사안인 총장 인준은 처리하지 않고 다음 24일 이사회로 미뤘다. 따라서 24일 영광학원 이사회가 총장인준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지역사회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인준대상자인 홍덕률 전 총장은 지난해 9월 치러진 총장 선거에서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확보해 차기 총장 후보로 당선됐지만 구재단의 신임획득에 실패해 8개월째 인준을 받지 못해 현재 총장이 공석이다. 이에 따라 지방대 특성화, 대학 구조개혁 평가 등 산적한 학교현안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오늘의 내분사태는 지난 2011년 교육과학부가 고질적인 분규를 겪고 있는 이 재단에 이사를 선임하면서 구재단과 대학본부간에 어느 쪽도 결정권이 없도록 반분한데 원인이 있다. 누가 옳은지 판단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반반씩 권한을 준 교육부의 무책임한 행정이 화근이다. 재단 운영과 소유권을 놓고 재단이 갈등을 빚음에 따라 대구대 학생들이 제대로 학습권을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없고, 앞으로 입학할 지역 학생들의 진학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안이다.

홍 총장의 경우 학칙기구인 교수회의 후보 선출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여진다. 다수 교직원과 학생들이 지지하는 총장 인준건을 법적인 하자가 없다면 신임 이사장 취임을 계기로 조속히 처리하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생과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다. 홍 총장이 재임하는 동안 대구대는 취업률을 높이고, 거액의 국고사업을 유치하는 등 재정지원에서 우수한 성과를 이뤄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닌가.

대구대의 내분이 종식되지 않은 채 대학을 둘러싼 외부환경과 맞서기에는 벅찬 과제가 너무 많이 가로놓여 있는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앞으로 고교 졸업생이 대입 정원보다 많아 비수도권 지역 지방대의 대입정원 감축으로 학교 축소는 불을 보듯 뻔하다. 고질적인 내부 분열이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존립 위기에 처할 것이다. 오늘날 대학이 처한 냉혹한 현실 앞에서 상호분쟁과 이로 인한 상처를 봉합하지 않고서 대구대가 난관을 개척해 나갈 수 없다는 말이다.

사회복지 특수교육분야 특성화 대학으로 자리매김하도록 그 씨앗을 뿌린 설립자 이영식 목사의 유지를 받들어 다시 새로운 출발하기를 기대한다. 구재단은 운영방식이 다를뿐 학교발전을 바라고 있고 법대로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다소 못마땅한 점이 있더라도 아이를 생각하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홍 총장을 대승적으로 품어야 한다. 신재단측과 교수회도 구재단을 인정하여 상호 타협의 미덕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권 이사장이 이른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여 분열의 시대를 끊고 협동 단결로 오늘의 대학 파고를 넘어가는 대구대를 만들 수 있을지 시도민들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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