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교섭 국제적 이슈 부상, 한·미·일 대북공조 균열 조짐, 최선의 국가이익 찾아 나서야

문장순 중원대학교 교수

외교에서는 적도 동지도 없다는 말이 최근 동북아지역 국가들의 움직임에서 새삼 느낀다. 지난 5월 북·일 교섭은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까지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한·미·일이 그동안 북핵문제를 매개로 긴밀한 협력체제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이번 북·일교섭으로 한·미·일의 대북공조에 균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 왜 이런 북·일교섭이 진행되고 있을까?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중국도 과거처럼 북한에 우호적이지 않다. 경제회복은 되지 않고 시장이 점차 확산돼가면서 체제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필수적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번 북·일교섭은 일종의 미국에 대한 압박일 수 있다. 일본과 국교정상화를 통해 일제침략기의 배상금을 받아내면 경제회복이 가능하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북·미관계가 지지부진할 경우 스스로 생존을 모색할 수 있음을 은연중에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또한 헌법해석의 변경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 확보, 국가 위기관리태세 강화 등을 모색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위상강화를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국제사회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기다가 역사인식 문제로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과 갈등에 있고 중국과는 영토분쟁으로 일촉즉발의 긴장상태다. 일본도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데 한국은 요지부동이다. 아마 일본은 이번 북한과의 교섭을 북핵문제와 분리 대응하는 제스처를 하면서 한반도 문제의 이해당사자로 한걸음 더 나아간 모습이다.

최근 일본은 북한에 대해 압박과 교섭이라는 이중적 전술을 구사해왔다.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서는 대화를 하면서,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미·일공조를 기반으로 북한제재에 동참했었다. 북한 3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발사에 대한 제재 논의 시 일본은 적극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2013년에는 일본인 납치자 문제로 일본 이지마 마사오 관방장관이 북한 김영일 노동당비서를 평양에서 만나기도 했다. 이번 북한과 일본의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위 '스톡홀름 합의'도 작년 북·일교섭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아직 합의 내용도 밝혀지지 않았고 그 결과도 예단하기는 힘들다. 당장에 현안문제를 쉽게 풀기가 힘들 수 있다. 일본이 제기하는 납치자 문제 해결과 북한이 주장하는 식민지지배 과거청산 및 배상문제가 서로 엉켜있고, 북핵문제는 단순히 북·일 관계를 넘어서 국제적 이슈로 남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북·일교섭은 앞으로도 양자 간의 이해관계에 의해 언제든지 다시 진행될 수 있다. 국제사회가 국가이익이라는 틀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이번 북·일교섭에서도 알 수 있다. 납치자 문제에 대한 실마리가 보이면 아베총리의 북한 방문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북한과의 교류협력도 지지부진하고 일본과는 과거청산 문제로 갈등관계에 놓여 있다. 이 틈바구니 속에서 북한과 일본이 국교수교를 위해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얼마나 현실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5·24조치가 해제되었을 때 따르는 득실문제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동시에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입장도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변화 속에서 국가의 최선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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