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을 갈면서 고랑을 간다 한다

고랑과 이랑은 어깨 나란하지만

이랑은 작물의 숨길, 그래서 윗길이다

이랑 흐트러질세라 고랑 긁어 북주고

잡초도 거름주기도 이랑이 우선인데

아버지, 이랑 갈면서 고랑 간다 하신다

아랫길이 있어야 윗길도 살아난다

빗물을 거두는 길, 농부 걸음 딛는 길

아랫길, 허공을 밀어 싹 틔우는 저 힘줄

<감상> 이랑과 고랑은 서로 상생의 공간이다. 밭에 두둑을 만드는 일은 분명 이랑 사이 고랑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 밭에 나가보면 우리 이웃집 농사꾼은 한참 전 비닐 깐 밭두둑에 고추를 심고, 담배도, 또 돈이 될 작물도 심었다. 쏟아지는 빗물이 잘 흐르도록 고랑을 비탈지게 삽질도 해 놓았다. 다 부지런함이 일군 삶의 길이다. '아랫길, 허공을 밀어 싹 틔우는 저 힘줄'이 되도록 땀방울도 그 고랑에 많이 섞었을 것이다. (하재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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