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내정자 역사관 너무 편향, 나아가고 물러남이 분명한 것이 우리의 전통적인 선비정신이다

요즈음 개각 인사(人事)로 우리사회가 야단법석이다. 뉴스의 가장 큰 중심 아젠다는 박근혜 대통령이 내정한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의 강연 내용에 대한 찬반 여부가 항간에까지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인사 청문회와 임명 동의안의 국회통과조차 난항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청문회 강행과 국회 통과를 추진할지는 미지수이지만 한국사 정규과목에 국사가 포함된 것과 맛물려 사관(史觀)에 대한 국민들의 새로운 관심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주필 출신의 문 총리 내정자에 대한 논란의 핵심은 역사관이다. 총리 내정자의 역사관은 아주 중요하다는 점에서 꼼꼼히 따져봐야 할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이 문제는 교회 강연과 사회 강연으로 나눠서 생각해본다면 좀 더 단순해진다. 하나는 교회내에서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 내용이다. 인식만큼 상대성이 포괄적인 게 없기에 강연 전부를 들어봐야만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겠지만 우선 뉴스 보도로 본 문 내정자의 강연을 보고 사회적으로 분석하면 인식의 오류상으로 문제가 크다.

그러나 교회내 강연은 순수한 종교 행위로 봐야지 사회적 논리의 잣대로만 볼 수 없다는 논리도 보편타당성이 있다는 점이다. 문 내정자의 교회 강연이 그 인식이 옳으냐 그르냐, 좋다 나쁘다로 나누어져 따지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비단 문 내정자만이 아니더라도 종교행위를 놓고 논쟁이 격화되면 종교적 논쟁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개인의 사생활이다. 종교를 개인사로 가두어야지 개인을 뛰쳐나와 사회 한복판으로 끌고 와서는 득이 될 일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논쟁이 길어지면 투쟁으로, 투쟁이 길어지면 전쟁으로 갈 가능성이 농후한 게 종교다. 최근 이라크,이란의 이슬람 종파분쟁을 보면 확연하지 않는가.

문 내정자가 한 말처럼 일제 식민지 지배라든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은 결과론적이고 성찰적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 내정자가 서울대 강연에서 일제 식민지 지배라든가 남북 분단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은 내용을 발언한 것은 역사관으로서 옳지 않다. 이조, 민비란 표현을 쓴 것을 보면 일제 총독부 조선사편수회가 만든 식민사관 수준의 과거 역사 공부 밖에 하지 않은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한쪽만 공부한 편식 학문의 소산이라고 볼 수 있다.

사관은 역사를 보는 관점이다. 어떤 단편사건을 옳은 것이라고 해서 그것을 역사 전체에 확대 적용하면 곤란하다. 예를 들면 일본은 조선의 붕당정치를 당쟁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켜 한국인들은 모여서 싸움질만하는 저열한 민족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조선의 당쟁은 요즈음말로 치면 명분과 논리 논쟁이다. 정치 세력내에 주기적인 교체를 가져오는 붕당정치라는 긍정적 요소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 속에는 떳떳하고도 자긍심을 가질만 한 것이 얼마든지 많다.

문 총리 내정자가 교회 안이 아닌 서울대학교 강연 등 다른 강연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분명히 일국의 총리를 맡기에는 사관이 너무 친일 식민지 사관에 편향돼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많은 역사학자나 조국의 역사를 사랑하는 분들이 식민사관을 넘어서고 있는 것과 배치된다. 성소수자 축제에 대해 "무슨 게이 퍼레이드를 한다며 신촌 도로를 왔다 갔다 하느냐"며 "나라가 망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비난한 것도 그렇다. 소수자의 의사도 존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문 내정자는 다수 주류의 독단이며 민주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내정을 거두던지 문 내정자가 스스로 사퇴하던지 양단간의 결단을 촉구한다. 나아가고 물러남이 분명한 것이 우리의 전통적인 선비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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