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철 긴 장마로 인한 홍수로 마을이 물에 잠기게 됐다. 마을에 하나뿐인 교회도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물이 목사의 무릎까지 차오르자 목사는 제단위로 올라가 하나님께 구해주기를 기도했다.

구조대의 보트가 목사 있는 곳으로 다가와 "교회가 물에 잠기고 있다"며 빨리 보트를 타라고 재촉했다. 그러나 목사는 "하나님이 구해줄 것이니 다른 사람들이나 구하라"하면서 승선을 거절했다. 물이 가슴까지 차오르자 목사는 지붕위로 올라갔다. 이번엔 경찰 보트가 달려와 "교회가 곧 물에 잠기게 됐다"며 어서 보트에 오르라고 외쳤다. 하지만 전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이 구해줄 것이니까 다른 데로 가보라"고 했다.

물이 지붕 위에까지 차오르자 지붕꼭대기에 설치된 십자가에 매달려 하나님이 구원해주기를 기도했다. 그 때 머리위로 구조 헬기 한 대가 날아와 줄사다리를 내려주면서 소리쳤다. "목사님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지금 당장 사다리를 타고 헬기에 오르지 않으면 죽을 지도 모릅니다. 어서 올라 오십시오." 목사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하나님이 구해주게 돼 있으니 걱정 마세요." 얼마 후 교회가 완전히 물에 잠기면서 목사도 익사하고 말았다. 하나님 곁으로 간 목사는 하나님을 보자마자 화난 목소리로 따졌다. "하나님, 저는 하나님만을 찬양하면서 하나님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그런 나를 왜 구해주시지 안았습니까?" "내가 너를 어찌 구해주지 않았겠나. 너를 구해주기 위해 처음 보트를 보냈으나 너는 그냥 돌려보냈다. 혹시 보트가 작아 위험해서 거절했는가 싶어 큰 보트를 다시 보냈지만 역시 너는 구조를 거절했다. 세 번째 헬기까지 보냈으나 너는 그것마저 거절했느니라. 그래서 너는 하나님 곁으로 빨리 오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내 곁으로 오게 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니라…." 하나님의 책망에 목사는 할 말이 없었다.

이 '목사의 우화'가 '하나님 발언'으로 논쟁을 일으킨 문창극 총리 후보자와 오버랩 돼 착잡하다.

"일본의 식민지배와 남북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등의 발언들은 만약 하나님이 들으셨다면 하나님도 의아하게 생각하셨을 것 같다. "지나쳤다"는 책망의 말씀을 내리시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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