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해체 수순 밟게 된다면 유럽과 세계경제에는 재앙, 집행위원장 선거 결과 관심

안영환 편집위원

세계 어느 지역도 경제가 온전한 곳이 없기는 하지만 특히 유럽이 걱정이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여파로 수렁에 빠졌던 유럽경제가 5년이 지났는데도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한다. 그리스와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남부지역의 파탄이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독일과 영국 그리고 북구제국의 경제가 그나마 회복세를 보여 유럽연합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을 막는 형국이다. 성장세는 지지부진하고, 실업률은 남부 주변국과 프랑스의 경우처럼 천앙(天殃)이라고 할 만큼 높으며, 그래서 유럽중앙은행이 투자유인 고육책으로서 이 곳에 돈을 맡기고자 하는 회원국 은행들에게 보관료를 징수하겠다고 나설 만큼 디플레 위험도 상존한다.

지난번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반유럽 극우 민족주의 정당들이 득세한 건 우연이 아니다. 1957년 유럽통합운동의 모태가 된 로마조약을 성사시키는데 앞장섰던 프랑스에서 광신적 국수주의자 르펭이 이끄는 국민전선이 25%, 영국에서는 이와 유사한 독립당이 27%, 그리스에서는 더 극단적 인종차별적 정당이 40%씩이나 득표했다. 전체로는 반유럽 정당의 득표율이 30%에 달하기는 했지만, 이들 성향 자체가 타국에 대해서는 적대적이어서 연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선된 70% 유럽통주의자들 간에도 회원국 정부와 의원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현격한 차이가 있다. 영국과 스웨덴과 네덜란드 등 정부는 통합심화에 찬성하지 않는다. 미합중국과 같은 연방주의를 꿈꾸는 룩셈부르크의 전 총리 장클로드 융커의 EU 집행위원장 피선을 한사코 반대하는 것이다. 애초 유럽통합운동의 산파역이었던 프랑스마저 이민자 문제로 골치를 앓아 통합심화에 소극적이다. 유럽통합 초기 패전국으로서 수동적으로 참여했던 독일이 이제 경제력 부강을 발판으로 통합론자의 선두에 서 프랑스와의 관계에서 주객이 전도된 형국이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융커를 지지하고 있어 오는 26~27일 집행위원장 선거결과가 어찌 될지 염려된다. 영국은 그가 피선되면 가을 총선 후 국민투표를 실시, 국민이 찬성하면 EU를 탈퇴하겠다고 위협한다. 프랑스에서 르펭 류의 정당이 득세하여 집권이라도 하게 되면 EU가 정말 해체될 위험도 없지 않다. 회원국 사정이 다르니, 분권주의자들의 주장, 말하자면, 사회노동분야에서 회원국들의 주권행사를 높여주는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동구로부터 몰려오는 이주자들의 자유이동의 유예기간을 회원국 형편에 따라 허용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럽경제의 회생을 위해서는 동구로부터의 값싼 노동력 유입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현지인들의 여건도 고려돼야 한다는 거다. 상품, 서비스, 자본 및 노동의 자유이동은 EU 설립의 기본인데 노동의 경우에만 제약을 둬야 한다는 점은 문제가 없지 않으나 이 문제로 극우세력이 득세하고 있으니 통합의 속도를 조절해 가자는 게 분권주의의 핵심이다. 집행위원장 선출에서 현명한 타협이 이뤄져 위기가 극복되기를 기대한다.

EU가 해체수순을 밟게 된다면 유럽 당사자들뿐 아니라 세계경제에도 재앙이다. 미합중국의 50개주가 해체되는 것만큼의 충격은 없겠지만 2008년 금융위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자본이동, 무역 및 결재가 대혼란에 빠져 당장 각국 주식시장은 패닉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유럽자금비중이 큰 한국의 주식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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