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자연·문화·생활자원, 체험·축제로 거듭나…문화상품으로 각광받기를

서상은 호미수회장

내 고향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를 맞이하는 곳으로 매년 1월 1일이면 해맞이축전이 열리는 포항의 대표적인 명소다. 일제 강점기에는 '토끼꼬리'라고 비하해 부르기도 했지만, 예로부터 한반도를 호랑이가 연해주를 할퀴고 있는 형상을 묘사할 때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고 해서 호미곶으로 불린 곳이다. 게다가 호랑이는 꼬리의 힘으로 달리며, 꼬리로 무리를 지휘한다고 해서 호랑이 꼬리를 국운상승과 국태민안의 상징으로 해석하면서 호미곶을 명당, 명승이라고 했단다.

나는 이런 고향이 배부르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포항의 명소가 됐으면 하는 생각에 30년 가까이 고향과 고향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있다. 첫 시작은 단순했다. 호미곶이라는 그 명당에 털(나무)을 심겠다는 생각에 '호미수회'(虎尾樹會)라는 단체를 만들었고, 호랑이 꼬리에 털을 가꾼 지 25년이 됐다. 매년 봄이면 2천여그루의 해송을 심고 있다. 덕분에 그 모질던 바람도 잦아들었고, 고라니를 비롯한 야생동물이 뛰어다닐 정도로 울창해 졌다. 그리고 주민 스스로 문화마인드를 높이고자 '호미예술제'를 시작했다. 매년 발간되는 '호미예술'이라는 문학지와 함께 올해로 20년이 됐다. 소박한 동네잔치에서 포항시와 포스코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

여기에 스토리를 더했다. 비록 고향은 포항이 아니지만 포항을 중심으로 왕성한 문학 활동을 했던 지역의 대표적인 문학가인 한흑구 선생을 기리는 문학상을 제정했다.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보리'는 바로 호미곶의 청보리 밭을 배경으로 했다. 문학계의 그에 대한 평가와 호미곶이 맞아 떨어졌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 2009년에 시작해 올해로 6번째 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지역문화 발전과 문학의 활성화를 위한 '흑구문학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문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환동해 중심도시를 지향하는 포항의 문학발전을 위해 경상북도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올해 처음 제정한 '중국 조선족문학상'도 성황을 이뤘다. 첫 해 임에도 불구하고 시 부문에 65명 시인이 195편의 작품을 접수했다. 조선족 학생들의 원고도 300편 가까이 들어왔다. 뿐만 아니라 호미곶 일원에서 열리는 글짓기대회와 사생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도 매년 크게 늘고 있다.

향토마을 그 자체가 거대한 문화상품으로 각광받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주목하지 못했던 자원을 새롭게 해석하고 아이디어를 덧붙여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개발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향 생각에서 시작한 '호미수회'가 만든 '호미예술제'와 '한흑구문학상', 그리고 '중국 조선족문학상' 거기에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함께하는 글짓기대회와 사생대회는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지역의 작은 꿈트림이 아닐까 싶다.

우리 포항이 가지고 있는 자연과 문화·생활자원이 체험과 상품, 축제와 이벤트로 거듭나 꿈과 상상력·재미를 전달할 때 우리 포항은 비로소 멋진 행복도시가 되지 않을까? '호미수회' 역시 우리 고향 포항에 그런 역할을 하는데 첨병으로 됐으면 싶다. 해를 거듭할수록 많은 분들의 지원이 이어지는 '호미수회'. '호미예술제', 그리고 '한흑구문학상' 이 모든 것들이 우리 포항을 대표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면 어떨까? 이 노객은 오늘도 내 고향 호미곶과 포항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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