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경주 건천 출신 청록파 시인 박목월의 동요 '얼룩송아지'의 한 구절이다. 이 동요에 나오는 얼룩송아지와 어미소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젖을 생산하는 얼룩무늬의 홀스타인 종이 아니다. 동요에 나오는 얼룩소는 토종 한우인 칡소다. 몸 전체에 칡넝쿨 무늬와 비슷한 얼룩무늬가 있어서 '칡소'라고도 하고 한자를 써서 '호반우(虎班牛)'라고도 불린다.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에도 칡소가 등장한다.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이라는 구절에 등장하는 '얼룩빼기 황소'가 바로 칡소다. '향수'는 1927년에 발표됐고, 동요 '얼룩송아지'는 1948년 국정 음악교과서에 처음 수록됐다. 이 땅에 젖소가 들어온 때는 1902년 이지만 얼룩무늬 홀스타인 젖소는 1962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도입됐기 때문에 시와 동요의 얼룩소는 '칡소'가 분명하다.

칡소는 토종 한우다. 역사적으로 칡소가 이 땅에 처음 등장한 때는 고구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기 357년에 만들어진 황해도 안악군의 고구려고분 안악3호분에 검정소·누렁소·얼룩소가 마구간에서 먹이를 먹는 모습이 나온다. 조선 초기인 1399년 발간된 우리나라 최초의 우마(牛馬) 수의학서 '우의방(牛醫方)'에도 칡소가 토종 한우로 나온다. "이 소의 이마가 황색이면 기르는 주인이 기쁨과 경사가 많이 생긴다"고 서술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누렁 한우보다 우리나라에 먼저 들어왔다는 설도 있다.

경북대학이 대학 상징 동물로 칡소를 선정했다. 홍원화 대외협력처장은 "순박한 우리민족의 동반자이며 호랑이를 이겼다는 전설이 전해질 정도로 용맹하며 진취적인 기백을 지닌 동물"이라면서 "호반우처럼 지치지 않는 강한 투지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국제적인 지식선도대학으로 나가겠다는 대학의 모토와도 닮았다"고 했다. 경북대가 오늘 차기 총장 후보를 선출한다. 후보자 8명 가운데 추천위원 투표를 거쳐 최종 후보 2명을 결정, 이를 교육부가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차기 총장으로 임명한다. 칡소처럼 든든한 총장이 뽑혀서 경북대학의 명성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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