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대 '깨진 유리창 법칙', 사소하게 넘긴 일에 더 큰 손해, 어떤 일이든 꾸준한 실천 중요

정숙영 작가

"오늘 당신이 하는 좋은 일이 내일이면 잊혀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일을 하라는 말이 있다."

봉사는 해 본 사람들만이 아는 기쁨이 있으며 다른 어떤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

수년째 교회에 상가화장실 봉사를 해 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쓰는 공용 공간이다 보니 아무리 깨끗이 청소해도 금새 더러워지고 지저분해진다. 여러 성도들이 교회 청소 당번으로 봉사활동 해 오다 우연한 기회에 자원하여 상가 화장실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

처음 봉사활동을 담당하게 되니 내가 느껴왔던 화장실에 대한 단상으로 갑자기 어깨가 막 무거워져 오는 것 같았다.

평소 집안청소나 살림살이도 야무지게 알뜰살뜰 하지 못 한 나이건만 하나님 일이라고 생각하니 그냥 대충 해서는 안 될 것 같고 맡은 이상 최선을 다하여 봉사하고 싶었다. 우리만 쓰는 공간이 아니다보니 화장실에 그 흔한 화장지도 하나 없이 필요한 개개인들이 갖고 가는 불편함 해소가 우선이라 여겨져 자비로 화장실 청소에 필요한 도구를 사고 옥션에서 화장실 전용 큰 세제를 사고 화장지를 사서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에 40분에서 1시간 가량 남·녀화장실 청소를 했다.

변기가 6개다 보니 처음에는 힘이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1시간 가량 소요되던 청소시간이 숙달되어 갈수록 50분, 40분, 이제는 한 30분이면 너끈히 반짝반짝 빛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화장실 청소 고수가 되었다.

교회 강 권사님은 "숙영권사, 난 부엌봉사는 해도 화장실 청소 봉사는 절대 못 할 것 같아"라며 화장실이 너무 깨끗해져서 기분이 좋다고 한다. 교회 임 권사님은 "여지껏 아무리 급해도 화장실은 집에 가서 해결했는데 권사님 청소하고 나서 너무 깨끗해서 교회 화장실을 이용한다"며 칭친해 주니 절로 더욱 신바람이 났다.

처음에는 통돌이 밀대가 없어서 걸레로 바닥 전체의 물기를 쪼그리고 앉아서 닦아내는 것이 다리도 저리고 허리도 아프고 힘이 들었는데 이제는 통돌이 밀대가 있어서 금방 물기를 쉽게 제거할 수 있게 되어서 편리하다. 집에 있는 화장실 청소는 바빠서 건너 뛰는 한이 있어도 교회 화장실만큼은 급한 일이 있거나 멀리 출타할 일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라도 약식으로라도 청소를 하곤 했다. 그래도 살다 보면 예측치 못하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곤 한다.

언제던가, 바쁜 일이 있어서 청소를 못 하고 휴지통만 대신 좀 비워 달라고 부탁해 놓고 그 다음 주 토요일에 화장실 청소를 하러 갔는데 세상에나, 화장실이 폭탄 맞은 것 같았다. 변기 안이 온통 누가 불을 피웠는지 까맣게 그을려 있고 태우다 만 종이며 엉망진창이었다. 한 주 쉬고 청소를 하지 않는 탓인지 몇 배는 더 힘들고 어려운 청소였다.

범죄 심리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스탠포드 대학에서 '깨진 유리창 법칙'을 발표했는데 자동차의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방치하면 사람들이 그 차는 스스로 관리를 포기한 것으로 여기고 나머지 유리창까지 모조리 깨뜨리고 배터리와 타이어도 훔쳐가고 1주일이 채 되지 않아 폐차로 변해버린다고 했다.

일주일간 관리하지 않았을 뿐인데도 늘 똑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것을 보니 정말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존재하나 보다.

이번 주에도 화장실을 윤기 나게 청소하고 통돌이 밀대로 바닥까지 완벽하게 마무리 해 주고 휴지도 넉넉히 준비해 두고 화장실 문들을 활짝 오픈해 두었다.

파리도 미끄러질 만큼 이렇게 깨끗한 데 그 어느 나그네가 들어가서 장난스런 코스프레는 하지 않으리라 굳게 믿으면서….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