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경·읍성 복원은 옛 것의 재발견, 이는 곧 지역과 대한민국의 재발견, 철저한 고증으로 신중히 추진해야

경기도 남한산성이 인류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경상북도내 산성(山城)과 읍성(邑城)의 문화재적 가치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명이 필요하다.

유네스코는 남한산성이 동아시아지역의 도시계획과 축성술이 잘 어우러진 군사 유산으로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는 점과 임시 왕궁, 행궁을 산성 안에 만든 점을 높이 평가했다. 게다가 규모와 기능 면에서 견줄만한 전세계적인 사례가 없고, 신라시대 성터를 기초로 시대별 축성술을 고루 간직하고 있는 점도 가치를 높였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경주 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등 모두 11건의 세계 문화 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경북도내에도 산성이 꽤 있으나 당국의 관리부재로 대부분 흔적을 잃어가고 있다. 삼국시대 산성인 예천의 어림산성은 1980년대까지 원형이 남아 있었으나 수년전 양수발전소 건설로 완전히 훼손됐다. 비교적 보존상태가 양호한 전라도 낙안읍성 해미읍성 등과는 달리 지역에는 제대로 남아있는 읍성도 없다는 점이 아쉽다. 최근 복원한 경주읍성, 장기읍성, 청도읍성도 복원이라기보다는 신축에 가깝다. 옛날 축성이 그렇게 화려한지 의문이다. 고색창연함이 없어 본래 의미를 두기 어려울 지경이다. 뜻있는 사학자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이유다.

최근 당국에 의해 복원이 추진되는 대구읍성, 안동읍성도 신중함이 요구된다. 옛 대구읍성 북문앞 북성로는 임진왜란 이후 돌로 쌓은 대구읍성이 있던 자리로 일제가 1906년 말부터 이를 무단 철거하고 만든 거리다. 안동에도 후삼국 통일의 계기가 된 고창(안동) 성주 김선평 등 3태사 위패를 모신 태사묘, 옛 안동관아(웅부공원)거리 등 옛 읍성 유적이 남아있다. 그러나 연간 12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된 전남 순천시 낙안읍성은 물론이고, 고창읍성 해미읍성 등 남아 있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읍성과는 달리 원형이 거의 부재하다. 복원할 때는 철저한 고증과 화려하지 않게 옛모습 그대로의 복원이 필요하다.

남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지방정부가 추진한 성공 사례다. 2006년 취임 직후 김문수 경기지사는 남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추진을 지시했다. 김 지사는 "남한산성은 실제로 외부와의 전쟁이 치열했던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이런 곳을 두고 다른 엉뚱한 박물관에 200억∼300억 원씩 들이는 것은 낭비"라며 성곽 관리와 복원을 전담하는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을 설립했다.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민간전문 관리기구의 용역을 통해 성곽 복원과 관리를 전담했고,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추진했다. 남한산성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지방정부도 세계를 향해 일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경주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월성왕궁, 황룡사, 동궁과 월지, 신라방, 대형고분, 월정교, 쪽샘 지구 등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 및 정비 사업을 시작한다. 상주시는 상주읍성 문화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총 사업비 9억 원의 예산으로 서성 3길에 310m 규모의 문화거리를 조성, 지상 전주 지중화사업과 지저분한 노면을 성곽 이미지로 정비하고, LED 경관 가로등 교체, 노후 간판을 정비해 이 도로를 누구나 걷고 싶은 특화거리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왕경이나 읍성을 복원한다는 것은 옛 것을 재발견하는 것이자 현재를 재발견하는 것이다. 이는 곧 지역과 대한민국을 재발견하는 것이다. 도내 산재한 읍성 및 읍성거리 복원이 침체돼 가는 골목 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복원이란 있었던 그대로 다시 지어서 옛 모습을 현재의 눈으로 보는 것이다. 복원사업은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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