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은 앞서나가는 것 같지만 모두 교차로에서 뒤엉키게 돼, 교통 의식있는 운전자 되어야

임영철 도로교통공단 경북지부 지부장

급한 출근길 신호등에만 안 걸리면 도착할 것 같은데, 신호등 마다 서버리면 마음이 급해진다. 급한 마음은 잘못된 선택을 부르기도 하는데 이런 때문인지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신호등이 녹색불이면 무조건 넘어가려는 경향이 있다. 경찰청은 올해부터 교차로 꼬리물기를 적극 단속할 방침인데, 교차로 꼬리물기를 통해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그야말로 사회의 축소판, 우리 일상의 자화상이 도로교통인 것이다.

무리하게 녹색신호에 교차로로 진입하는 사람들의 심리에는 녹색신호에서 진입하지 않으면 자기만 손해라는 마음이 있다. 그리고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이 정당화 되는 경향이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남보다 앞서기만 하면 된다거나,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과정에서 발생하는 몇가지 무리한 행동은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풍조는 우리들의 교통행동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교차로에서 그러하다.

남에게 뒤떨어지지 않기 위한 태도가 무리한 교차로 진입 행동으로 나타나며, 다른 운전자의 불편함이나 교통정체의 가중 등은 간과하게 만든다. 또한 이러한 교차로 꼬리물기를 주변 운전자들이 부추기는 상황이 생기면서 마지못해 동조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게 된다. 운전자들이 아무 생각없이 주변사람들에게 동조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확실히 알지 못하는 일이 있을 때, 남이 하는 대로 따라가려는 경향이 있다. 둘째, 다수의 행동을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혼자 튀면 책임도 혼자 져야 한다는 불안감이 생긴다. 셋째, 다수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다수의 사람들이 취하는 태도나 행동에 일치시키고 싶어진다.

이처럼 정체되는 교차로에서 녹색등화를 만나게 되면 운전자는 앞에서 제시한 이유들을 순식간에 마음속에 떠올리며 꼬리물기가 주는 이익과 손실 그리고 일단 정지로 얻게 되는 이익과 손실을 판단하여 결정하게 된다. 교차로 꼬리물기로 차량이 뒤엉켜 아무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질서파괴라는 비난, 다른 운전자에게 방해를 주고 있다는 죄책감이 남겠지만 혼자가 아니고 다른 운전자와 동조한 행동이기 때문에 비난을 혼자서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그리고 차가 많기 때문이라거나 교통환경이 미비하기 때문이라는 자기합리화하는 마음이 앞선 결과이다.

하지만, 꼬리물기라는 잘못된 선택이 우리 모두를 교차로에서 뒤엉키게 하고 모든 운전자들이 짜증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즉, 잘못된 합리화와 동조, 눈앞에 이익만 생각하는 단발마적인 생각이 결국 모든 운전자들의 손해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당장은 앞서나가는 것 처럼 보이지만, 정체되버리는 도로는 물결치듯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 결국 이기적 선택이 부메랑이 되어서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꼬리물기가 나를 포함한 모든 운전자들에게 손해를 준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선진화된 교통문화는 결국 우리 모두를 빠르고 편리하게 만들어 준다. 우리 모두 안전과 소통이란 교통의 두 마리 토기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의식 있는 운전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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