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시스템·제도라도 올바르게 운영하지 않으면 제2의 세월호 언제든 또 침몰

허재열 월성교육훈련센터 교수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무엇일까 되돌아 보게 된다.

침몰한 세월호는 결과이지만, 원인은 별개다.

과연 세월호 자체 문제인지, 다른 기여 인자가 있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하겠다. 불법 설계변경, 미흡한 안전관리, 비상시 대처훈련 부족 등이 원인이다.

한마디로 모든 것이 사람에서 출발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더라도 실제로 운영하는 사람이 올바로 사용하지 않으면 제2의 세월호는 어디서든 침몰할 수 있다.

세월호 선장과 선주에게 다들 책임을 묻는다. 하지만, 선장과 선주는 바로 우리 스스로일 수 있다.

원칙과 정도를 무시하는 사람은 누구든 세월호 선장과 선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도 신호와 교통법규를 잘 준수해야 우리가 목적한 편리성을 누릴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사고의 가능성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세월호 선장과 선주는 자동차를 운전했더라도 같은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원전 사고의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안전장치나 제도상의 결함만으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없다.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

1979년 미국 TMI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 산업계는 당시로서는 생소한 '인간공학'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수많은 설비가 조작하는 사람의 실수를 보정하기 위해 업그레이드되었고, 원전 운영기관간의 정보교류도 활발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당시 공산권 국가는 배제된 상태였으며, 결국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이 역시 원전설계 개념과 규정을 위반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로 인해 원자력계는 '원자력 안전문화'를 제창하게 된다.

발전소와 같은 공장에서 문화를 들고 나온 것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다짐이다.

이후 30여년 동안 원자력 발전소 운영에 자신감이 생겼으나, 이러한 자신감이 불행히도 일본에서는 자만심과 관료주의로 변질되면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이르게 된다.

심각한 자연재해가 발단이 되긴 했지만, 근본 원인은 애초의 설계결함과 조직적인 인적결함이 종합적으로 기여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오래된 발전소가 문제라고 하지만, TMI 원전은 지은 지 4년여만에 사고가 났고, 심지어 체르노빌 원전의 경우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고작 5개월만에 사고를 냈다. 이는 결국 사람이 문제라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는 이들 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더욱 안전한 전력생산을 추구해야 한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 원전의 사고관리 체계는 다분히 현장 중심이다. 현장의 면허 운전원이 안전성 관련 설비 조작이나 비상발령 권한을 갖고 있다. 이는 미국의 시스템과 유사하다.

또한 원전의 운전원들은 정기적인 반복 훈련을 통해 어떠한 돌발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도록 다듬어 진다. 철저히 메뉴얼을 준수하고 설계기준을 따르고 있다.

여기서 자만하지 않고 '종사자들만의 원자력 안전문화'를 넘어 '온 국민의 원자력 안심문화'로 자리매김하도록 늘 겸허한 마음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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