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 타이틀곡·히트곡 등 노래…"앞으로 예술 제대로 해보겠다" 밝혀

1970년대를 풍미한 가수 김추자(왼족)가 28일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33년 만의 컴백 공연 '늦기 전에' 무대에서 사회자와 이야기 나누고 있다. 연합

33년 만에 컴백한 김추자(63)는 신들린 듯한 표정과 제스처, 춤을 추며 온몸으로 노래했다.

1970년대를 풍미한 전설의 '섹시 디바'답게 그는 무대에 벌러덩 누워 두 다리를 쩍 벌리고 노래하는가 하면, 가슴을 튕기고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거나 열정적인 헤드뱅잉으로 존재감에 방점을 찍었다.

28일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김추자 컴백 공연 '늦기 전에'에서다. 33년간 주체할 수 없는 '끼'를 어떻게 참았는지 신기할 정도로 그는 예나 지금이나 찾아볼 수 없는 가요계의 유일무이한 캐릭터였다.

이마에 알록달록한 밴드를 두르고 히피 스타일로 등장한 그는 첫 무대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달 발표한 새 앨범 타이틀곡 '몰라주고 말았어'를 부른 그는 '너언 지인정 나를 몰라주으고 마알았어~'라는 특유의 발음과 굵직한 음색으로 리듬을 밀고 당기며 노래했다. 머리를 뒤로 젖히고 발끝에서 끌어올린 듯한 걸쭉한 소리를 뿜어내는 광경에 3천500여 관객은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1970년대 청년들의 큰 사랑을 받은 그의 명곡은 중장년이 된 관객들을 순식간에 그 시절로 돌려놓았다. '커피 한잔', '빗속의 여인', '후회', '님은 먼 곳에', '늦기 전에' 등의 히트곡이 나올 때면 관객들은 노래를 따라부르거나 휘파람을 불었다.

환갑이 넘은 김추자는 때론 보컬의 힘이 달려 음정이 떨어지고, 계단이나 의자에 앉아서 노래하거나, 무대 준비가 늦어져선지 노래 한 곡을 반주만 흘려보내 아쉬움을 줬지만, 특유의 제스처로 시선을 사로잡으며 무대를 이끌었다.

'커피 한잔'에선 두 발로 바닥을 구르며 '내 속을 태우는구료~'라고 절박한 심정을 표현하고, '님은 먼 곳에'를 부를 때는 얼굴 근육을 떨며 바이브레이션을 넣었다. 독특한 안무가 간첩에게 보내는 수신호라며 간첩설이 나돌았던 '거짓말이야' 무대에선 댄서들과 함께 엉덩이를 흔들었고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에선 거수경례를 하고 노래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이키델릭 록부터 펑키한 솔, 네오 트로트까지 다양한 장르의 레퍼토리를 각양각색의 소리로 표현하는 보컬이 울림을 줬다.

펑키한 곡에선 허스키한 진성으로 귀를 때리다가 블루스풍의 노래에선 호흡을 가다듬고 소리 내 객석을 집중시켰다.

김추자는 진행자로 나선 방송인 오상진이 공연 소감을 묻자 "기분이 좋았다"는 한마디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예술을 남긴다는데 그간 (가정을 꾸리며) 할 일을 해놨으니 앞으로는 예술을 제대로 해보겠다"고 말했다.

오상진의 말처럼 "33년간 떠나있는 명곡이 다시 주인을 만난 자리"는 가수와 관객이 노래를 추억 삼아 포옹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공연장을 나오며 만난 관객 정광자(61) 씨는 "20대에 김추자 씨의 노래로 청춘을 보낸 팬인데 딸 내외가 티켓을 선물해줬다"며 "김추자 씨가 젊은 날보다 목소리는 더 거칠어졌지만 그 시절 느끼고 본 표정과 열정은 변치 않아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추자의 시원한 보컬을 기대한 일부 관객은 기량이 전성기 시절에 못 마친다며 실망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계단이나 의자에 앉아 노래하는 무대 매너 등을 지적하며 공연 초반 몇몇 관객은 기획사에 환불을 요구하며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소속사 이에스피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29일 "공연 도중 일부 팬들이 그런 얘기를 전해왔다"며 "김추자 씨가 공연 당일 새벽 4시까지 연습했고 33년 만의 무대여서 긴장을 한 탓에 공연 초반 몇 곡은 목 상태가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제소리를 찾았다. 계단이나 의자에 앉아서 노래한 건 리허설 때부터 예정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린 데 대해 공연을 본 업계 전문가는 "김추자 씨는 음색과 퍼포먼스가 독특해 호불호가 갈리는 가수"라며 "젊은 날의 김추자 씨의 공연을 본 관객이 얼마나 되겠나. 전성기 시절의 목소리를 LP에서 듣고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쉬웠을 수 있지만 함께 본 뮤지션들은 김추자 씨의 보컬과 독특한 캐릭터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29일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이어지며 7월 6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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