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분+멀티포지션화’ 스틸타카, 또 한번 진화…황선홍 감독 새 도전 개봉박두

'디펜딩 챔피언, 박성호·노병준·황진성 빼고도 우승노릴 수 있을까?'

올시즌 K리그 개막을 앞두고 디펜딩챔피언 포항스틸러스를 두고 축구전문가는 물론 팬들까지 의문부호를 던졌다.

이런 우려속에서도 포항은 지난 3월 8일 울산과의 개막경기에 앞서 '올시즌 트레블을 목표로 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개막경기에 앞서 열린 세레소 오사카와의 ACL예선 1차전 무승부에 이어 울산과의 K리그 개막전과 부산과의 2라운드마저 패하면서 포항 위기론의 현실화로 이어졌다.

시즌 초반 황선홍감독 역시 지난해 시즌 시작당시의 여유로움을 갖지 못했고, 승부수를 던졌던 부산과의 K리그 2라운드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1-3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그런 포항이 3월 18일 산둥루넝과의 ACL 예선 2차전을 계기로 대반전의 기틀을 마련한 뒤 승승장구하면서 K리그의 절대강자로 떠올랐다.

월드컵 휴식기를 마무리하고 시즌 목표인 트레블을 목표로 막바지 담금질에 들어간 포항스틸러스의 전반기를 둘러본다.

■디펜딩 챔피언 후유증은 없다.

지난 5월 13일 월드컵 휴식기전 마지막 경기였던 전북현대와의 2014 ACL 16강 2차전에서 1-0승리를 거두며 8강진출을 확정한 포항의 2014시즌 상반기는 한마디로 폭발적이었다.

시즌 개막전 주요 공격자원들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공격력 저하가 화두가 됐지만 3월 18일 산둥루넝전서 10명의 선수로도 2골을 터뜨린 포항은 무시무시한 폭발력으로 상대팀을 초토화시켰다.

K리그 12라운드까지 8승1무3패 승점 25점으로 K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포항은 12경기에서 무려 26골을 터뜨리는 가공할 공격력을 선보였다.

1경기 4득점 2회를 포함해 3득점 이상 넣은 경기만 7경기에 이를 만큼 홈과 원정, 팀을 가리지 않고 상대골문속으로 소나기골을 쏟아부었다.

득점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승대(7골)를 비롯 알아인으로 이적한 이명주가 5골, 김재성이 3골을 넣은 것은 물론 공격자원 전원과 배슬기 등 수비자원들까지 기회가 생기면 바로 골망속으로 꽂아넣었다.

시즌 개막전 황선홍감독이 선언했던 전체선수의 멀티포지션화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지난 2009년 ACL우승 및 FIFA클럽월드컵 3위의 위업을 이뤘던 때보다도 더 폭발적인 공격력이 터져나왔다.

전반기 K리그와 ACL,FA컵 21경기서 14승4무3패, 산둥루넝전이후 17경기서 14승 2무1패를 기록하고 있는 포항의 '트레블' 목표가 결코 희망사항이 아니라 실현가능한 목표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2009년 ACL우승과 FIFA클럽 월드컵 3위를 차지했던 이듬해 급전추락했던 추억은 이제 포항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 미래를 위해 현재의 고통을 감내하다.

지난해 팀 창단 40주년을 맞았던 포항은 '용병없는 축구로의 회귀'라는 모험끝에 FA컵 2연패와 K리그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K리그 최초의 더블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러나 그 해 겨울 포항은 너무나 추웠다.

포항은 2009년 ACL우승이후 세대교체를 이루지 못한 데다 2011년 황선홍감독 부임이후 2012년 FA컵 우승 등 3년 연속 우승권에 오르는 성적으로 선수들의 연봉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반면 철강경기 부진으로 최대 스폰서인 포스코의 지원금액이 해마다 줄어들어 2013년 시즌을 앞두고 일부 주전선수들과의 계약에서 한차례 어려움을 겪었던 포항의 겨울이 추워질 것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특히 포항은 최근 수년간 매년 적자운영으로 인한 구단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고 이러한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존 박성호, 노병준, 황진성과 같은 고액 연봉의 노장선수들과의 결별이 불가피했다.

또한 중장기적인 팀 발전을 위해서는 유소년 육성시스템을 통해 올라오는 신인들에게 보다 많은 출전기회 제공을 통한 동기부여와 세대교체라는 판단아래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시즌을 앞두고 축구팬 및 축구전문가들의 우려와 걱정 어린 시선, 심지어 사장 퇴진요구 등 수많은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구단은 이런 비난 속에서도 구단은 황선홍감독에게 이해를 구했고, 미래를 위해 현재의 고통을 감내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그런 속에서 포항은 시즌을 맞았고, 수많은 비난과 모두의 우려를 뒤로한 채 승리의 행보를 이어갔다.

■황선홍감독, 차선의 선택에서 최고의 전술을 뽑아내다

지난 겨울 가장 혹독한 추위를 느꼈던 사람은 아마도 황선홍감독이었을 것이다.

2013시즌 이미 용병없는 축구로 전환하면서 한차례 홍역을 겪었지만 그래도 박성호와 노병준, 황진성이라는 노련한 공격수들이 받치고 있었지만 이들마저 사라진 팀은 그야말로 황량했다.

고무열과 조찬호, 이명주 정도가 그나마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고 있었고, 김승대는 겨우 신인을 벗어난 정도였으니 공격라인 스쿼드맞추기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최전방을 지키는 대부분이 5년차 이하일 만큼 경험부족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런 팀을 이끌고 K리그는 물론 2년 연속 미끄럼을 탔던 ACL에 도전한다는 건 무모함이라고 하는 게 차라리 나았다.

설상가상 팀 주장이자 중원의 핵이었던 황지수가 전지훈련 막바지 부상을 입은 데 이어 시즌 개막직후 조찬호가 다리부상당하면서 시즌아웃됐다.

여기에 김재성마저 쇄골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내용상으로 본다면 되는 게 없는 악재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황선홍감독은 탄식보다는 차선의 선택에서 최선의 전술찾기에 나섰다.

지난해 위력을 발했던 제로톱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는 한편 모든 선수들에게 멀티플레이어화를 준비시켰다.

겨울전지훈련의 중점도 중앙수비수 김광석·김원일, 골키퍼 신화용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공격수이자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그리고 시즌이 시작되자 그 위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K리그 1,2라운드에서 연패를 했지만 이후 포항은 가공할 공격력을 선보이며 18전 14승 3무 1패라는 경이로운 성적으로 K리그 선두와 ACL8강, FA컵 16강에 올랐다.

그 이면에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황선홍표 카리스마가 자리잡고 있었다.

올시즌 포항 팀내부에서는 개막초부터 '팽1~3호'가 화두로 대두됐다.

경기에서 미적거리거나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지 않은 선수에게는 가차없이 선발라인에서 빼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히딩크 감독이 당대 최고의 선수였던 이동국을 대표팀에서 제외시키고 팀을 얻어 4강에 올랐던 기억을 새롭게 해석해 적용시킨 것이 대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광풍을 일으키며 K리그를 지배해 왔다.

■ 또 다른 위기 어떻게 넘을 것인가

올시즌 포항은 시즌 성적에서 보여주듯이 무승부와 패배란 단어를 찾아보기 힘들어 졌다.

패배를 잊어버린 포항은 선제점을 내주더라도 후반중반이후 괴력을 발휘하며 승리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포항은 또다른 난관에 부딪쳤다.

상반기 팀의 절반이라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이명주가 월드컵 휴식기중 알아인클럽으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후반기에 대비해 플랜B를 준비하겠다던 황선홍감독에게 플랜B에 앞서 이명주 대체자원 찾기가 더 급박해졌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3위 제주를 상대로 원정을 떠난 뒤 7월 한달간 서울과만 두차례 맞붙는 것을 비롯 울산·부산 등 강팀과의 경기가 이어져 트레블 달성을 향한 1차 고비를 맞게 된다.

황선홍감독은 가평전지훈련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총력전을 펼치는 것 뿐"이라면서도 7월 이적시장에서의 충원가능성을 배제시켰다.

시즌중 새로운 선수를 영입해 적응시키는 과정에서의 혼란보다는 기존 선수를 활용한 전술적 완성도를 높이는게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지만 이면에는 또다른 자신감이 있는 게 아닐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고 있다.

가능성은 없지 않다.

올시즌 이명주의 뒤를 이은 손준호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원지배에 나서고 있고, 부상으로 빠졌던 김재성이 돌아오면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동안 많이 활용하지 못했던 문창진과 이광훈·광혁형제, 강상우 등 또다른 자원을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원톱자원으로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이진석이 1년여간의 공백을 깨고 강철전사로 깨어나준다면 황선홍감독의 플랜B완성과 또다른 공격옵션을 동시에 풀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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