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은 차밭에 내렸다
마당 앞 꽃 섶을 서성인다
너도 속이 탔더냐
돌 수조를 부여잡고 홀짝 둬 모금
날아온다
몰려간다 종일
새들이 머문 자리마다 내 눈이 따라갔다
언젠가는 아예 가서
오지 않을 것이다
<감상> 종일, 시인 앞으로 새들이 찾아와 돌 수조에 있는 물 몇 모금 마시곤 왔다갔다 한다. 종일, 시인은 그 풍경에 취해 차 한 잔 앞에 두고 그것을 바라본다. 종일, 심심한 풍경이지만 한편으로는 도(道) 닦는 하루의 삶이다. 그러다가 그 새들이 아예 가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다가 종일, 오지 않는 새를 기다리는 어느 하루도 그의 뜨락에서 햇살처럼 총총 쌓이는 순간이 있고, 자신 역시 그러할 것임을 은근슬쩍 보여준다. (시인 하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