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전임의 출신…“환자·보호자의 믿음직한 친구” 입소문

포항세명기독병원이 지난 4월 뇌신경센터 개소식을 갖고 새로운 출발 선상에 올랐다.

심장과 중증외상 진료에 집중하면서 항상 아쉬웠던 뇌질환 치료를 위해 지난해부터 뇌신경센터 개설 준비를 시작, 올해 본격적인 의료진 영입과 함께 장비 도입에 나섰다.

더 나은 조건에서 환자의 만족감을 높여주기 위해 우수한 의료진 확보에 주력했고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포항세명기독병원 뇌신경센터 신경외과 허원 과장이 회진 중에 수술한 소아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특히 오늘 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뇌신경센터 신경외과 허원(38) 과장은 ‘환자의 입장에서 진료를 본다’는 말이 오가면서 팬(?)이 생길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신경외과 의사, 나의 천직이 되다.

"환자나 보호자가 겪고 있을 두려움과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줄여주기 위해 초등학생이라도 이해할 정도로 자세히 설명해 주는 것이 의사의 도리이자 의무라 여겨집니다"라고 허원 과장은 자신의 소신을 이렇게 밝혔다.

포항세명기독병원 뇌신경센터 신경외과 허원 과장이 뇌혈관조영촬영을 하고 있다.

충남 보령시(옛 보령군) 조용한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허원 과장에게 의사라는 직업은 어린 시절 만난 작은 의원의 노 의사를 떠올리게 한다.

노 의사는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 부은 목을 살펴주던 따뜻한 체온을 가진 사람으로 기억됐는데 그 때까지도 자신이 의사라는 직업을 갖게 되리라 꿈을 꾸지 않았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해바라기'라는 의료 드라마 한 편이 허 과장의 인생을 바꿔놨다.

신경외과 의사인 주인공의 삶을 간접 경험하면서 의사, 신경외과라는 확고한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후 허 과장은 신경외과의 뇌 분야 이 가운데 뇌혈관을 세부 전공으로 배우고 익혀 나갔다.

허 과장은 "'드라마 한 편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나 역시 드라마의 간접 경험으로 신경외과 의사라는 꿈을 꿨고 이뤄냈다"며 "다행히 나와 잘 맞았고 지금은 환자를 치료하면서 보람까지 덤으로 느끼고 있어 의사가 아닌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없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환자의, 환자에 의한, 환자를 위한 오로지 환자의 편에 서다.

우연히 봤던 드라마 한 편으로 정말 영화처럼 의사의 꿈을 이룬 허 과장은 아버지의 갑작스런 뇌출혈로 큰 가르침을 얻었다.

본과 1학년 때 쓰러진 아버지는 동네 작은 병원에서 1차 수술을 받았지만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다.

위험한지 알면서도 한 가닥 희망을 안고 대학병원을 찾았지만 얼마 뒤 세상을 떠났다.

당시 아버지 상태와 예후를 몰라 불안한 상태에서 어두컴컴한 중환자보호자실에서 쪽잠을 자며 엄습했던 공포감은 의사로서 자신을 담금질하는 계기가 됐다.

이와 함께 전공의 시절, 뇌종양을 앓던 7살 유치원생은 병변의 위치 때문에 수술을 하더라도 치료가 불가능해 머리에 물이 차는 증상인 수두증만이라도 완화하려고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두증이 너무 심해 병세가 급격히 진행됐는데 수술 직전에 의식을 잃은 채 들어가 수술을 마친 뒤 극적으로 아이가 눈을 떴고 오히려 자신의 어머니를 안심시키는 모습을 봤다.

끝내 아이는 세상을 떠났지만 의식을 잃은 환자라도 의식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 단지 확인할 수 없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허 과장은 이후 환자 상태가 좋지 않거나 중환자실에 있어 보호자와 떨어져 있어야 할 상황일수록 먼저 나서서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꼼꼼하게 설명해 주자는 나름의 철학이 생겼다.

또한 환자와 보호자가 선택한 만큼 나의 판단 및 치료가 최고임을 증명하고 어떤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돕고 있다.

이에 따라 허 과장은 의료진에게 중환자실에서 의식없이 누워있는 환자 앞에서 말이나 행동을 할 때 더욱 조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허 과장은 "의식을 잃은 환자라도 무의식까지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면서 "머릿속에 병이 있다는 말이 환자나 가족에게 얼마나 당혹감과 불안감을 주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안도와 확신을 주기 위해 계속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항세명기독병원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전임의 과정을 마친 뒤 허 과장은 향후 연구와 교육 중심 활동을 할 것인지, 환자를 대면하는 진료 중심으로 할 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의학 발전도 중요하지만 환자와 보호자의 웃음과 쾌유를 되찾아 주자는 확신과 판단이 우선임을 깨달았다.

특히 아버지의 갑작스런 뇌출혈로 중환자실에서 보낸 시간뿐 아니라 환자 곁에서 좀 더 가까이 있고 싶다는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어머니와 형, 부인에게 전했을 때 받았던 가족의 무한한 지지와 믿음 또한 한몫했다.

더욱이 본과 3학년 포스텍에 '도둑강의'를 듣기 위해 포항을 찾았던 인연이 있는데다 포항시민들이 지역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큰데 세명기독병원에 대한 신뢰 역시 높다는 것을 듣고 주저없이 세명기독병원을 선택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여전히 서울 등 수도권 대학병원에 대한 막연한 환자들의 신뢰가 높다는 것을 인식, 지역민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차근차근 밟아 나갈 작정이다.

이에 따라 뇌신경센터의 안정화를 위해 먼저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수술을 시행, 정성을 다해 돌본다면 자연스럽게 외래 환자 역시 병원을 찾는 빈도가 늘어나 지역에 굳건히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또한 모두가 인정하는 전문화센터로 자리 잡기 위해 전문가 수준을 넘어 최고의 시각 및 실력을 갖추는데 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허 과장은 "환자와 의사가 관계를 맺고 선택에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며 "병원 생활 중 어떤 버팀목보다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돼 그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나눠줄 작정"이라고 의지를 표현했다.

이어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 성적인데 모두 만족하는 최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면 우리 뇌신경센터역시 환자가 서로 찾아오는 병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