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칼날 세워도

칼이 아님은 틀림없고

묵향(墨香)으로 잎을 피워서

난잎 또한 아닐 텐데

 

피어난

난꽃 몇 떨기

붓 끝으로 향을 쳤네.

<감상> 언어의 상징체계는 언어학자들에 의해 정의된다. 날카롭든, 부드럽든 글자와 말의 칼은 실물 칼을 상징하기에 의사소통 가능하다. 마음에 있는 칼을 화선지에 그린다 해도 정말 그것은 칼이 아니다. 금은보화를 그림으로 그린다 해도 그것은 실물로 인정할 수 없다. 하지만 난을 치고, 꽃 몇 송이를 그리자 그곳에서 난향이 솔솔 풍기는 느낌이라면 그 자체가 멋진 향기다. <시인 하재영>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