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장에게 거는 기대 커, 탈출구 있는 절제된 언어 사용, 참모에게 대답 돌릴 줄도 알아야

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취임 첫 날 대구시청 출입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소감을 묻자 권영진 대구시장은 아침 출근부터 두려운 마음으로 첫 시작을 했다고 했다. 설레는 마음보다 걱정이 크고 앞섰을 것이다. 대구시민들이 대구시장에게 거는 기대와 바람은 큰 반면 주어진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당선자 시절부터 지켜본 권 시장은 솔직담백하다는 느낌이다.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고 좀더 낮은 자세로 다가가려는 모습이 좋아보인다. 대구시내 상당수의 높은신 분들은 명함에 핸드폰 번호가 없다. 그러나 권 시장은 명함에다 핸드폰 번호를 넣어 시청 직원들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해서 신선하게 비춰지기도 한다. 있는 그대로 속내를 가감없이 털어놓곤 한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 의욕에 넘쳐 화두를 너무 많이 던져서는 곤란하다. 이것은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시장에게 큰 부담을 줄 수가 있다. 새 시장에게 거는 기대가 큰 만큼 각계의 요구와 주문도 많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논란거리 이거나 정책적 판단이 요구되는 사항임에도 시장이 현장에서 즉답을 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시장이 그냥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을런지 모르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서는 긍정과 부정의 정반대 뜻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재검토'나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는 등의 어휘는 신중하게 구사해야 한다.

또 굳이 대답하지 않은 채 적당하게 넘어가도 될 질문에도 친절하고 고맙게 대응을 하곤 한다. 그렇게 되면 취임 첫날 권 시장이 언급한 것 처럼 '정말 두려운 마음'이 더 크게 와 닿을 지도 모른다. 시장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가 화제요 관심의 대상이다. 시민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정보요, 언론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뉴스거리가 된다. 대구시 공무원입장에서는 정책판단에 있어서 중요한 잣대가 되기도 한다. 더구나 새로운 시장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취임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기자 간담회에서 권 시장은 "사적(당선자실에서 권시장과 특정기자)인 이야기를 독고다이(혼자서 기사화)해서…기자실 분위기가 흐려지지 않도록 해달라."고도 했다. 권 시장이 비보도를 전제로 이야기 했는지는 모르지만, 기자는 뉴스거리가 된다 싶으면 쓴다. 권시장의 의도와 상반되는 반응이 나왔을 때, 권 시장은 때로는 답답하고 아쉬움이 크게 다가올 것이다. 그것도 시장의 책임이다.

권 시장은 좀더 절제된 언어를 사용했으면 한다. 그래야 후유증이 줄어든다. 마음과 행동은 열고 낮은 자세로 다가가되, 현장에서 적지 않은 즉답은 좀 줄였으면 한다. 대답의 화살을 때로는 참모들에게 돌릴 줄도 알아야 한다.

지난 1일 저녁에는 권 시장의 취임식이 있었다. 그 무렵 대구시내 중구와 북구, 수성구 서구 달서구 일부 등 곳곳에는 게릴라성 호우가 내렸다. 일부에는 45㎜까지 내렸다. 그러나 신임 대구시장의 취임식 행사가 열렸던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는 희한하게 비가 내리지 않았다. 행사장으로부터 걸어서 10~15분쯤 거리에 있는 지하철 두류공원역에서 조차 비가 내렸다. 만약에 비가 내렸다면 취임 행사는 엉망이 됐을 것이다. 그렇지만 비는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을 비켜갔다. 이러한 날씨의 징조가 첫 출발하는 대구시장에게는 좋은 조짐으로, 대구시민들에게는 행운으로 다가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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