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영양 등 경북북부 피해 잇따라…긴급·제한급수 등 물관리에 초비상

경북 북부지역에 '마른 장마'가 계속돼 농작물 생육장해, 병충해 확산 등 농민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22일 물이 말라버려 옛 예안면 소재지가 드러나 보이는 안동댐을 찾은 엄춘섭(61)씨가 고향 마을 자리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오종명기자 ojm2171@kyongbuk.co.kr

장마철에 비가 내리지 않는 '마른 장마'가 계속돼 식수 부족과 농작물 생육장해, 병충해 확산 등 경북 북부지역 주민들의 불편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안동과 문경, 영양, 봉화, 청송, 울진 등 경북 북부지역 일선 시·군 지자체들은 농작물의 생장이 왕성한 여름에 비가 내리지 않아 벼와 고추 등의 생육에 지장을 초래하고 일부지역에는 식수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어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들 일선 시·군 지자체들은 계속되는 가뭄으로 저수율이 최저로 낮아져 물관리에 비상이 걸리고 긴급급수나 제한급수 대책을 세우는 등 가뭄극복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특히 가뭄과 함께 고추 등 농작물에 바이러스 병충해가 확산돼 영양제를 잎에 뿌려주는 등 피해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양군에 따르면 장마가 시작되는 6월부터 7월 20일 현재까지 내린 비는 111.2㎜로 지난해 230.6㎜에 비해 절반에도 못미치면서 식수로 사용하는지하수나 하천수가 마르면서 지난달 말부터 영양읍 동부리 골뱅이골 3가구와 입암면 산해리 명산골 8가구 등 11가구에 대해 소방차로 3~5일 마다 긴급 급수를 지원하고 있다.

울진군은 휴가철과 가뭄이 겹치면서 평소 수돗물 정수량을 2배로 늘려 운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소비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군 관계자는 "일 평균 최고 6천t 가량의 수돗물을 정수할 수 있으나 사용량이 늘면서 하루 2배치인 1만 2천t 을 생산하고 있다"면서 "이는 현재 울진 상수원의 수질이 높아 가능하지만 가뭄이 장기화 될 경우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경시 동로면 수평리 경천댐은 현재 저수율 26%로 근래 몇년 사이 최저의 저수율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농어촌공사 문경지사는 저수율이 높아질때 까지는 농업용수를 최대한 아껴 쓰는 등 가뭄장기화에 대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재 경천댐 상류지역은 물이 빠진지 오래돼 아예 초원이 돼 버렸고, 저수지가 반으로 나뉘어질 정도로 물이 줄어든 상태다.

문경소방서는 소방차를 활용한 비상급수지원 체계를 구축해 놓고,식수나 생활용수, 축사·돈사·계사 살수지원 등 긴급지원이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지원하는 등 가뭄이 해소될 때까지 주민들의 민생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청송군도 최근 계속된 가뭄으로 저수율이 떨어지고 일부 밭작물의 물부족 현상이 발생함에따라 장기가뭄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으로 긴급 가뭄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농작물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영양군농업기술센터가 최근 농작물에 대한 병충해에 대한 예찰과 달관 조사를 실시한 결과 1천821㏊를 재배한 고추의 경우 계속된 가뭄으로 인해 성장이 억제되고 줄기가 괴사하는 고추 바이러스병이 노지 재배를 중심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으며, 고추를 파고들어 갉아 먹는 병 담배나방과 총체벌레로 인한 피해도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사과와 배, 여름 무, 천궁 등 모든 작물에서 생육 상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천군에는 벼에서 키다리 병이 고온다습과 종자 소독 소홀로 농가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밭작물로는 보문면 감방리와 감천면 유리 등에서 수박 재배 농가 88ha중 6ha 정도가 급성 시드럼 병에 걸렸으며, 고추는 끝무름 병이 전체 재배면적 중 5%~7%가 발생했다.

안동시 예안면 일부 농가에서는 올 봄부터 시작된 가뭄으로 모내기를 하지 못한 농가도 있으며, 여름 감자이 수확이 한창이지만 예년에 비해 20~30%가량 수확량이 줄어들었고 일부 농가에서는 올 봄 파종한 옥수수가 가뭄을 이기지 못하고 말라 죽은 곳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청송과 안동,영주, 봉화,영양, 문경,예천 지역 배와 사과 재배 농가에서 가뭄으로 인해 과일 생육 상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가뭄이 지속 될 경우 각종 병해충의 발생과 생육부진으로 인해 농산물 수확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처럼 마른 장마가 이어지자 청송군은 8억의 예산을 투입해 농가 마다 양수기 대여를 준비하는 등 오는 25일까지 충분한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시군마다 가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영양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마른 장마로 인해 병해 보다는 해충으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으며, 가뭄이 지속될 경우 해충 뿐만 아니라 농작물의 성장 자체도 부진해 수확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며"고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3~5일 간격으로 영양제를 옆면시비를 해야 하면 해충에 대해서도 10일 간격으로 방제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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