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못에 갔었네

커다란 연꽃잎 진흙탕 가득 피어 있었네

누구의 빈 쟁반 같은 얼굴들일까

어렸을 때 안성 외가에서 먹어본 연밥

두리번거렸지만 연밥 따다줄 노옹은 보이지 않았네

못물에 발이 빨려들어갈까 두려웠네

연밥 따려던 옛 노옹들 몇이 더러는 실족했다지?

바닥 모를, 컴컴하고 아득한 거기서 저토록 천연하게 내민 얼굴들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호기라 해야 할까 대찬 희망일까

비유라 해야 할까 던져진 질문일까

죽음의 진창에서 삶은 한층 요괴롭다는 듯

연꽃, 저 턱없는 긍정의 개화(開花)!

<감상> 연꽃이 한창이다. 연의 종류도 수두룩하여 개화시기도 가지각색이다. 연잎을 보면 둥근 모습이 시인의 말마따나 물 위에 띄운 쟁반같이, 얼굴같이 생겼다. 오래 전 연밥 따러가서 실족한 몇이 연꽃으로 다시 피어난 것일까? 연꽃을 비롯한 모든 꽃들은 긍정의 힘을 갖고 있다. 모든 꽃은 미래로 향해 열려 있다. (하재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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