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섬나라' 대한민국 문제, 전기 사용량·환경오염 해결할 원전의 중요성·운영능력 직시

허재열 한수원 월성교육훈련센터 교수

한쪽에서는 폭우가. 또 한쪽에서는 폭염이 기승이다. 언제부턴가 여름과 겨울만 되면 전력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지난 2011년 9·15 정전사태 그리고, 해마다 여름과 겨울에 전기 사용량을 걱정해야 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보자.

날씨 탓만 하기에는 우리가 너무나 무기력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의 예측 실패로만 몰아붙이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기온이 갑자기 오르면서 예상보다 훨씬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면 또 다시 정전사태를 겪게 될 것이다. 수요 측면에서 에너지 절약만으로는 근본적이 해결이 불가능하다. 공급 측면에서도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 여름 최대전력수요는 7900만kW, 최대공급능력은 8450만kW"라며 올 여름은 큰 위기 없이 넘어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를 비교하면, 수요 측면보다는 공급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들어 발전설비가 300만kW 늘어났고, 정지됐던 발전소가 재가동되면서 400만kW가량 증가했다. 국내 총 발전량 중 약 30%를 차지하는 원자력의 현실을 직시하자. 우리나라 원전의 높은 이용률은 세계 평균보다 10% 정도 높다. 그만큼 운영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금년 상반기 원전의 고장 정지율은 1개 호기당 0.14건에 불과하다. 인적실수에 의한 정지는 단 한 건도 없다.

하지만 아직도 원전의 계속운전, 방사성폐기물 처리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지난해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원전 건설을 허가했다. 세계적으로 15개국에서 71기의 원전이 건설되고 있고, 계획 중인 원전은 무려 153기에 달한다. 현재 운전중인 원전은 435기이며, 이 중 30년 이상 운전 중인 원전이 절반에 가까운 212기이다. 40년 넘은 원전도 32기나 된다. 미국, 영국, 러시아, 캐나다 등에서 보여준 계속운전 원전의 운영실적으로 평가해 보면 대단히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집약 산업인 원전은 단순히 수명으로만 논할 게 아니라 안전성을 잣대로 하는 것이 옳다.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환경오염문제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나, 비용대비 효과로 보나 원자력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동지역 산유국에서 조차도 원전을 건설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원전 축소 및 폐쇄를 추진 중인 나라들도 일부 있다. 대부분 유럽 국가들로써 독일,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등이 이에 속한다. 이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당장 원전을 폐쇄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즉, 벨기에는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원전 운영을 종료하겠다는 것이며, 스위스의 경우 2034년까지 점차적으로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이들 유럽 국가들이 원전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이들은 대륙국가이기 때문에 국가간 전력 거래가 가능하다. 인근 나라들이 원전을 운영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소리라는 것이다. 서유럽에만 118기의 원전이 운영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와는 전력 환경이 다른 것이다. 대한민국은 에너지 섬나라다. 이러한 속사정을 모른 채 대책없이 탈핵을 주장하는 것은 공허할 뿐이다. 원전은 우리에게 필요한 하나의 도구다. 지혜롭고 안전하게 사용한다면 유용한 도구가 된다.

여름 휴가이지만, 발전소는 비상근무 중이다. 재고없는 상품 '전기', 소비자가 언제 찾을 지 몰라 24시간 근무한다. 전기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에어컨을 바라보며 고민없이 틀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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