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일 때 먹을거리치고 비빔밥만한 게 없다

여러 동무들 이다지 다정히도 모였을까

함께 섞여 고추장에 적절히 버물려져

가까이 한 사람의 양식이 되러 간다

허기 아닌 외로움을 달래는 비빕밥 한 그릇

적막한 시간의 식사

나 또한 어느 큰 대접 속 비빔밥 재료인 줄 안다

나를 잡수실 세월이여, 그대도 혼자인가

그대도 내가 반가운가.

<감상> 사람이 고독한 존재란 것을 인식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상대가 있을 때다. 혼자 비빔밥 한 그릇 비우며 발견하는 자신의 존재감. 세월의 무서운 식탐 속에 자신도 비빔밥에 들어가는 한 재료란 생각을 갖게 되는 순간. 그 시간을 의식함에서 외로움도 반길 수 있는 배짱 아니겠는가. (시인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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