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 여당의 승리라기보다 야당의 무능한 지도부가 둔 자충수, 與는 심기일전, 野는 환골탈태해야

'미니 총선'으로 불린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은 지방선거에서 완패했던 충청지역 3곳을 석권하는 등 수도권과 충청권 9개 선거구 중 8곳에서 이기며 압승을 거뒀다.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였던 서울 동작을에서 의미있는 승리를 거둔 것은 물론 야당의 '텃밭'인 전남지역 선거구에서도 지난 1988년 이후 처음으로 이기는 이변을 만들었다.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은 수도권 6곳 가운데 수원정 단 한 곳에서만 승리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박근혜정부 중간평가라는 의미가 부여된 이번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이 참패한 것은 무엇보다도 당 지도부의 무리한 공천에 따른 공천 후유증과 세월호 심판론에 기대 전략 부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뿐만아니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취임 이후 추진해온 정부의 강력한 경기활성화 대책 등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든 것도 한몫 작용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함에 따라 따라서 최 부총리가 앞으로 행정부내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는 등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에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여당은 세월호 참사와 잇따른 인사실패 논란의 위기를 딛고 국정운영 동력을 회복할 수 있고, 새정치연합은 수세적 입장으로 몰린 채 정국주도권을 여당에 넘겨주게 될 것이다. 당 내부적으로는 공천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사퇴하고 한동안 내홍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월호 참사 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처음으로 긍정적 여론을 뛰어넘는 등 야권에 유리했던 기류가 뒤집히기 시작할 조짐은 이른바 '공천 파동'에서부터다. 경선이 유력시되던 서울 동작을 지역구에, 광주 광산을 공천을 신청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전략공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후 여당 지지세가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경기도 김포의 경우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경상도지역에 버금가는 62%를 기록하며 야당의 스타급 김두관후보의 입성을 막았다.

제 1야당이 공천 문제로 내홍을 겪는 사이, 세월호 문제는 국회내에 고립됐고 주요한 선거 쟁점이 되지 못했다. 제1 야당이 자체 비전없이 정부 실정에만 기댄 것에 대한 유권자의 질책으로 봐야한다.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세월호 참사 심판 선거로 만들어 달라"는 호소에 일제히 나섰으나 선거 이슈화하지는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 최대 이변은 전남 순천·곡성 선거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심복 이정현 후보가 87년 대선이후 불모지인 예상을 깨고 큰 표차로 당선한 것이다. '예산폭탄' 공방을 빚기는 했으나 영호남 지역에서 여야의 승부교차는 구시대정치의 상징과도 같은 지역에 기대는 낡은 지역 정당구도의 굳은 틀을 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역으로 대구경북의 2016년 총선에서 지역 표심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작용할 것이다. 야당의 진출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구경북의 민심은 대체로 전라도 표심으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번 보선은 한마디로 여당의 성공이라기보다는 무능한 지도부의 자충수로 일어난 야당의 실패이다. 새정치연합은 민심의 큰 흐름을 읽지 못한 채 내부 논리에만 집착했던 대가를 치른 셈이고, 새누리당은 여전히 스스로의 능력에 따른 지지를 확보한 것이 아니라 야당을 심판하기 위한 국민의 경고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당은 보선에서 나타난 유권자의 뜻을 잘 헤아려야 한다. 여당은 심기일전을 야당은 환골탈태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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