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나크리에 인명피해 속출, 항공구조시스템 마비 등, 우리 사회 안전 불감증 여전

청도에서 폭우로 불어난 하천의 급류에 휩쓸려 승용차에 탄 가족 7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3일 오전 2시 50분쯤 경북 청도군 운문면의 한 자동차 캠프장 인근에서 하천 위 다리를 건너던 아반떼 승용차가 불어난 계곡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 4시간 30분 만에 2km가량 떨어진 하류에서 승용차가 뒤집힌 채 발견됐다. 이 사고로 승용차에 타고 있던 성인 5명과 어린이 2명이 모두 숨지는 참극이 일어났다.

청도지역에는 전날 오후 11시20분 호우주의보가 발효됐고 밤 사이 80mm의 비가 내린뒤 호우주의보는 3일 새벽 5시30분에나 해제됐다. 당국이나 피서객들이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폭우가 내리는 장마철에 물이 금방 불어나는 계곡은 언제든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데도 안전은 뒷전인 모양이다. 당국이나 피서객 어느 누구하나도 제대로 대비했다면 일어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1일 오전 상주시 중동면 회상리의 한 교회 수련원에서 2층 강당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430㎡ 크기의 석고보드와 합판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고로 수련활동 중이던 어린이와 교사 128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은 노후한 건물 천장이 하중을 이기지 못해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상주 수련원 사고도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교회 하계여름캠프가 열린 수련원에는 학생과 관계자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사고가 난 2층 강당 천장은 철골 구조에 합판과 석고보드를 덧 댄 건물로 열흘 전인 지난달 22일 사용승인이 났다. 당국의 사용승인이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경찰은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된 부실공사가 아닌지 건축주와 시공업자 그리고 상주시의 사용승인에 부실한 점이 없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지역에서 항공구조시스템이 마비되고 각종 안전사고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최근 보름동안 경상북도 소방본부 자체 항공구조시스템이 마비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 소방본부에서 항공 구조 활동에 사용되는 헬기 중 2호기 돌핀(AS365-N3)은 광주에서 추락한 헬기와 동일 기종으로 안전점검을 위해 지난달 18일부터 운항이 전면중단됐다. 또 1호기 카무푸(KA-32T)는 RPM 이상 등 문제가 발생돼 지난달 21일 추가 입고에 들어가 1일 재출고됐다.

지난 달 17일 광주 소방헬기 추락사고 직후인 지난달 18일부터 8월 1일까지 보름동안 경북 소방본부의 자체 항공구조시스템은 기능을 상실한 셈이다.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53분 경북 구미시 금오산 정상에서 발생한 50대 남성의 고압전기 감전 사고가 일어났는데도 경북 119종합상황실은 울산 소방항공대에 소방헬기 지원을 요청해야 했다. 경상북도 소방본부 헬기가 대기 중인 대구에서 출동했다면 20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를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울산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잇따른 안전사고는 여객선 세월호 사고로 안전문제가 큰 이슈가 됐는데도 아직도 안전의식이 미비하다는 증거이다. 국민이 안심하고 지낼 곳이 없어 보일 정도다. 세월호 사고로 그 많은 생명을 속절없이 잃고도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크게 바뀌지 않은듯해 씁쓸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지시 등에 따라 자체 안전점검을 했을텐데 청도, 상주는 무엇을 안전 점검했지 묻고싶다. 이번 상주 수련원 천장붕괴는 참사가 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지만 큰 사고로 번질뻔했다. 너무 안이한 것은 아닌지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안전의식에 대해 당국의 비상한 대책을 거듭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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