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조원 빚에 눌린 가계경제, 정부의 공공부채 820조원 등, 계속된 악재에 철저한 경계 필요

김찬곤 경북과학대학 교수

1991년 미국 동부 해안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흥행되었다. 하나의 허리케인과 또 다른 기상전선이 충돌하여 유례없는 초대형 폭풍이 만들어진 것을 일컫는 낱말로, 글자 그대로 '완전한 폭풍'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이 낱말이 우리경제 상황을 빗대어 많이 인용되고 있다. 하나의 경제악재에 또 다른 악재가 동시에 겹쳐 발생하는 경제위기를 의미하는 낱말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관련 자료를 들여다보면 이는 현재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제를 이루는 3개의 축인 가계, 기업, 정부에서 그 원인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가계에서는 1천조원이나 되는 빚에 눌려있어 정상적인 경제활동의 환경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기업환경은 전보다 더 나빠졌는데, 우리나라 글로벌기업인 삼성전자는 예년에 비해 올 상반기 이익이 크게 줄어들었고 환율하락으로 인한 자동차업계의 시름도 만만찮다는 게 그 예다. 정부는 또 세월호사건 등의 여러 가지 굵직한 현안으로 올해 상반기에 걷어야 할 세금 10조원을 못 걷게 되어 경제효율화를 위한 탄력에 지장을 받게 되었다. 가계·기업·정부가 '완전한 폭풍'을 겪고 있는 셈이다.

가계부채는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어 왔다. 작년 말 기준 1천조원을 넘어섰고 최근 가처분소득 대비 그 비중도 OECD 국가의 평균보다 훨씬 웃돌고 있어 정상적 소비는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당연히 내수는 힘을 잃게 되어 주요 경제활동의 지표가 바람직하게 나타날 리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악재에 기업의 경영환경도 최근 중국의 선전으로 위축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경제의 견인역할을 했던 우리 기업들의 중국우위 기술력은, 이제는 겨우 1.1년 정도로 그 간격이 좁혀졌고 앞으로 그 격차는 더욱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고 보면, 틀림없는 폭풍으로 손색이 없다. 게다가 우리 경제를 떠받치던 튼튼했던 정부재정도 이제는 당면문제로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한다. 올해 4월 국세 진도율이 34.4%로 전년대비 6.5%나 낮다는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최소 '8조 5천억원'의 세수 손실이라는 것이다. 여기다가 우리나라 공공부채는 비금융공기업을 합하여 '820조원'을 넘는다고 하니 이 또한 크나큰 악재의 폭풍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반드시 '퍼팩트 스톰'이 아닐 수 도 있다. 바로 잠재성장률 지표가 높게 나온다면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우리의 잠재성장률 지표가 다른 경쟁국들과 비교하여 매우 낮아 긍정적 해석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지금부터 약 10여년 뒤에는 인도네시아에 추월당하고, 2030년 정도에는 사실상 경제성장을 멈추게 된다는 최근의 관련 자료가 그런 우려를 낳게 한다. 경상수지 면에서의 흑자가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다만 이런 현상은 수입이 수출증가폭에 뒤져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우리경제의 '퍼팩트 스톰'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철저한 경계가 절실히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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