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폭행 등 사건때마다 선진병영·방지대책 외쳤으나 국민, 군 불신 극에 달해

박지학 청송여자고등학교 교장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은 총기난사와 같은 끔찍한 대형사건은 물론 구타, 가혹행위 소식에도 깜짝깜짝 놀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자식이 이미 제대 했거나 언젠가는 입대할 자식을 둔 부모들도 모두 다르지 않다.

이 나라의 모든 부모들은 병영내의 크고 작은 불상사의 직접 이해 당사자인 셈이다.

12명의 사상자를 낳은 최전방 GOP총기난사 사고와 소위 '관심병사' 2명의 영내 자살사건 등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국민들을 충격 속에 빠뜨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입대한 윤일병은 의무병으로 배치된 3월 3일부터 숨진 4월 6일까지 선임병사 5명으로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가혹행위를 당했다. 이들은 온갖 트집을 잡아 윤일병의 온몸을 수시로 때렸다. 욕설과 인격 모독이 이어졌고 잠을 재우지 않은 채 얼차례를 가했다. 가래침을 뱉은 뒤 개처럼 그 침을 핥게 하는 등 조직폭력배보다 더한 폭행을 부렸다. 윤일병의 성기에 안티프라민을 발라 성적인 수치심을 주는 일도 벌어졌다.

윤일병의 공식 사인은 '기도 폐쇄에 의한 뇌손상'이다. 냉동식품을 먹던 윤일병은 선임병사로부터 가슴과 정수리를 맞아 침을 흘리고 오줌을 싸며 쓰러졌다. 그런 그를 꾀병이라며 뺨을 때리고 배와 가슴을 폭행했고 윤일병은 곧 숨졌다. 당시 윤일병의 몸은 멍투성이였다.

이러한 살인행위가 공공연히 이루어졌다니 바로 이곳이 지옥이 아닌가? 선진 병영은 커녕 바로 지옥이었다. 정말 충격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군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유사한 사건이 수도 없이 터졌고 그때마다 재발방지대책이 나왔다.

그러나 개선은 커녕 그 행태는 더욱 잔학해지고, 발생장소 역시 전후방을 가리지 않고 있다. 군에 자식을 보냈거나 보낼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도 군수뇌부는 누구하나 책임진 사람이 없다.

한달이상 그런 가혹행위가 벌어지는데도 상급부대에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일선 병영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단적으로 말해준다. 본부포대의 부사관은 폭행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고 한다. 군이 수없이 다짐해온 부대 내 가혹행위 근절노력이 전혀 없었음이 분명하다.

이 사건도 공론화시킨 주체 역시 군의 인권보호 장치가 아니라 군인권센터라는 시민단체였다.

지금 장병들은 가혹행위가 일어나면 사실을 즉시 털어놓고 보호받는 것은 물론 재발 피해를 당하지 않는 제도적 장치를 필요로 한다. 엄격한 군기로 유명한 미 해병대나 이스라엘 군대는 훈련 강도는 엄청나지만 일과 후엔 장병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적과 싸워야 할 군에서 기강을 바로 세우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가혹행위와 폭력으로 군기를 잡겠다는 선임병과 지휘관이 있다면 잘못된 것이다.

우리도 지금의 병영문화를 바꾸려면 부대 내 언로를 보장하고 동료 가혹행위는 중대 범죄라는 사실을 입대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 아니 학교교육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가정교육, 학교교육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