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마사(牛生馬死)', 소는 살고 말은 죽는다는 이 말은 두 동물의 천성에서 운명이 엇갈리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육상에서 소보다 빠른 말은 물속에서도 소보다 빨리 헤엄친다. 하지만 홍수로 소와 말이 강물에 떠내려가는 상황이 되면 두 동물의 운명은 엇갈리게 된다. 속도는 생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자신만만한 헤엄실력 때문에 죽음을 자초한다. 급류에 떠밀려 떠내려가는 말은 물을 거슬러 헤엄쳐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사력을 다한다. 헤엄도 잘치고 힘도 좋은 말은 그 길만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거슬러 올라가면 급류가 다시 제자리로 떠밀어 내리는 상황이 반복돼 결국 기진맥진, 익사하게 된다.

반면 소는 물을 거스르지 않고 급류에 몸을 맡긴 채 떠내려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강가로 헤엄쳐 간다. 실제 홍수가 난 강에서 살아나오는 것은 말이 아니고 소다. 순리를 거스른 말은 죽지만 순리에 순응한 소는 살아나오는 '우생마사'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음 속 깊이 새겨두어야 할 교훈이다.

'사생유명 부귀재천(死生有命 富貴在天)', 죽고 사는 것은 사람의 명에 달렸고, 부귀는 하늘의 뜻에 있다고 '명심보감 순명(順命)'편에서 순리를 처세훈으로 가르친다. '만사분기정 부생공자망(萬事分己定 浮生空自忙)', 모든 일은 이미 그 분수가 정해져 있는데 세상 사람들은 부질없이 바쁘기만 하다. 이 말도 '순명'편에 실려 있다. 분수에 맞춰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이 순명임을 강조한다.

김대중정권 시절 여당의 한 실세가 당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서 '순명'이라고 해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됐다. "저는 오늘 정치를 떠납니다. 정치인은 선거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오랜 신념입니다. 저는 이번 재보선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정치인은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평소 생각입니다. 지금은 제가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재보선 야당 참패로 21년 정치인생을 마감, 정계를 은퇴한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고문은 고별사에서 자신의 정계은퇴가 순리라고 했다. 순리에 순응한 손학규의 결단이 아름답다. 안철수의원이 배울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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