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하게 누빈 가방 한 쪽 구석에서
웅크리며 몰려다니는 한 떼의 새털구름
하루에도 몇 번씩 열어
가난한 서류들만 밀어넣고 꾸욱 닫아버리는
숨막히는 길 위에서 저들끼리 어둠에 부딪히며
날아갈 하늘을 물었던가
눅눅한 뼈마디 무너지는 소리에
더욱 딱딱해져 낮게 엎드린
그늘이 깊어진 새의 깃털은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고 하던가
<감상> 어렵고 힘든 때, 그것도 지나고 나면 용케도 잘 견뎠단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가방 가득 든 미완성의 서류들이 새의 깃털처럼 훨훨 하늘을 나는 순간을 기다리는 샐러리맨의 하루가 가방 안에 가득 들어있다. 용기를 갖고 가방을 열듯이 하루를 힘차게 열자. (하재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