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역의 K국립대학 총장선거가 진통 끝에 재선거를 치루는 등 지역 대학이 어수선한가운데 이번에는 대학병원 교수와 의사들이 의료기기 업자로부터 각각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금품을 받아 유죄를 선고 받았다. 대구지법 제8형사단독 최모 부장판사는 지난 8일 의료기기 판매·임대업자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대구 모 대학병원 교수 김모(63)씨에 대해 벌금 900만원과 추징금 4천600여만 원을 선고하고, 같은 대학병원의 교수 이모(50)씨와 다른 종합병원의 의사 조모(41)씨에 대해 각각 벌금 200만원, 700만원 및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의료서비스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데다 업무의 특성상 가장 과학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부정 부패가 발붙이지 말아야할 대표적인 분야 중에 하나다.

따라서 의료기기 판매업자로부터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금품을 주고 거래했다는 것은 지역이 자랑하는 대학의료기관의 질 저하를 가져오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반(反)지성적인 고질적인 부패행위이다.

대학의 도덕적인 해이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동남권 국책연구대학인 디지스트(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고위 관계자들이 지난달 여직원 성추행 사태로 물의를 빚은 바 있고, 지역의 사립대학인 Y대학교가 면접점수를 짜맞춰 특정인을 교수로 임용했다는 의혹 등 지역 대학사회의 부패행위가 끊이지 않아왔다. 지식서비스산업을 지역의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할 경북 대구에서 지식두뇌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지역을 위해서 암울한 현상이다.

최근 K대학은 총장 재투표사태가 벌어졌다.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대학선거가 선거관리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역사회의 경쟁력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역 거점대학인 K대학이 최소 한 달 이상 총장 부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학사행정이 순탄할지 지역민들은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번 기회에 각 대학들은 총장 선출과 임면 규정에 대해 국가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공개 토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와 지지를 이끌어내는 방안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역 학부모나 대학 재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대학 총장 임면이 사회적 상식을 벗어나게 운영되어서는 아니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그리고 인구 상승으로 경쟁력과 활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지역대학들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중심 역할을 수행할 중요한 기관이어야 한다.

지역인재를 기르는 기본적 역할과 함께 산업체에 새로운 경영노하우를 제공하고 기술수준을 향상시키는 일은 대학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역대학이 이러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학 자체가 시대에 맞게 변화되어야 하고 철저한 개혁을 통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역대학이 수도권대학에 대해 패배주의에 젖어 있거나, 인재양성과 교육의 산실이라는 자부심 대신에 부정과 부실, 부패 그리고 무사안일에 방치되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대학의 지성이 사회를 이끌어야 하고 대학이 지역사회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수도권 대학은 특성화사업을 추진하는 등 대학 경쟁력 도모에 발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우리 지역 대학의 부실 부패하고 불합리한 운영행태가 이대로 계속 간다면 결국 경쟁력 있는 대학의 대열로부터 낙오할 수 밖에 없다.

일부 대학 교직원들이 지금까지의 행태로 대학사회의 분위기를 흐려놓는다면 더 이상 대학의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의 대학 교직원들이 환골탈태하고 심기일전하는 것이 대학 경쟁력 제고와 지역사회 경쟁력을 견인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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