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HCN경북방송- 위기의 땅, 침몰하는 14,041㎞, 지방 제작 과학다큐 새 지평

최근 남·동해안 연안 해안침식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해안의 침식은 천재인가? 인재인가?'

먹고 살겠다고 방파제를 쌓기 시작했지만 물 길이 얼마나 과학적인지에 대해 아는 이들은 별로 없다.

공장이 들어서고, 발전소가 들어서면서 대한민국의 바닷가는 온갖 인공구조물로 덥히게 된다. 인공구조물은 물길을 바꾸고, 그 물길은 해안을 갉아먹기 시작한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해안은 철자하게 파괴되고 유린돼 왔다. 우리의 무지 때문에 벌어진 일인 것이다.

현대 HCN 경북방송이 '해안침식'을 다룬 특집다큐멘터리 '위기의 땅, 침몰하는 14,041km'가 지난 5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비롯한 케이블TV 우수프로그램상을 수상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현대 HCN 경북방송 특집다큐멘터리 '위기의 땅, 침몰하는 14,041km' 최성필·김정호 PD.

방송통신위원회 지원으로 2년여의 기간 동안 제작된 '위기의 땅, 침몰하는 1만4천41km'는 대한민국의 해안선, 그 가운데 동해안의 해안침식을 알리고, 대처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해안침식의 심각성만을 보도한 기존 시사·보도 프로그램과 달리, 경북대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전문가 집단인 '이상고파랑 인공리프 연구단'과 함께 문제의 원인과 결과 그리고 앞으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냈다.

특히 해안침식이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人災)임을 알리고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접근, 지방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의 한계를 넘어 과학다큐멘터리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평이다.

연안침식 혹은 해안침식은 지난 199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 돼 온 환경문제다. 발생지점이 도심에서 멀다는 이유로 체감도가 떨어지는 점, 단기간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더욱이 선진각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이 있는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북에서 시작해 강원도에서 끝나는 동해안은 오랫동안 연안침식의 피해지역으로 대부분의 동해안 해안이 심각한 침식현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이들 연안의 침식 원인은 과학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건설된 각종 인공구조물의 건설이다. 이로 인한 해류의 흐름변화 등으로 해안침식이 가중되고 있다.

해안침식의 결과는 참담하다. 관광자원의 상실, 생태계의 파괴, 그리고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사라지고 있는 등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 특집다큐 '위기의 땅, 침몰하는 14,041km'는 연안침식문제의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한 취지로 제작됐다.

대한민국 연안의 심각한 침식상황을 알리는 것 뿐 아니라 학계와 특정 연구단의 노력 및 이에 속한 각 연구단의 실적 등에 주목하고 이를 알린다. 또한 그 결과물을 통해 우리는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에 대해 논의한다.

하지만 계몽이나 계도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어차피 이 문제의 답을 찾는 과정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질문에 대한 답은 시청자에게 생각할 시간을 줌으로써 끝을 맺는다.

환경문제가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는 없는 것도 당연하지만 그 환경을 보호하고 복원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깊이 있는 사고와 그에 따른 행동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제작지휘한 현대 HCN 경북방송 최성필 PD와 PBC프로덕션 김정호PD는 "이 특집다큐의 제목을 정하는데만 약 1달의 시간이 소요됐다"고 회상했다.

'해안선침식'이란 주제를 정해놓고 자료를 수집했지만 제목정하는게 여간 힘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찾아본 당시 국토해양부(현 해양수산부) 2012년 자료에 한반도의 해안선길이 1만4041km걸 알았다. 순간 '유레카'. 처음으로 정해진 제목은 '위기의 대지, 무너지는 1만4041km'다. 하지만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스탭들의 의견으로 수정을 거듭한 끝에 '위기의 땅, 침몰하는 14,041km'로 최종 정해지게 됐다.

최 PD는 "2년전 '한글나르샤'의 제목을 정할 때도 이것저것 뒤지다 용비어천가의 1장에서 해동육룡이 나라샤에 그 해답을 찾은바 있다"며 "다큐멘터리는 제목에서 시작된다. 궁금증을 유발시킬수 있는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제작진들은 해안선 침식이 심한 동해안과 남해안을 찾아다니며 현재 상황을 좀더 세심히 알아보았고 심각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이상고파랑 인공리프' 연구단장을 맡고 있는 김화중 경북대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할 수 있었다. 관동대 첨단해양공간개발연구센터를 방문해 인공리프와 잠재 등의 실험을 통해 우리나라 해안선에 어떠한 공법을 사용해야 해안선 침식을 막을 수 있는지 알았다.

이 외에도 강원도와 부산송도해수욕장 등 성공사례를 통해 우리 지역 포항송도해수욕장 복원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김PD는 "오랜시간 많은 공을 들여 촬영을 했지만 워낙 스케일이 있는 작품이라 헬리캠과 특수장비 등을 적극활용해 현재 우리나라 해안선의 처참한 모습을 화면에 담아보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최 PD와 김 PD는 이번 다큐를 통해 연안침식 및 복원과 관련한 다양한 전문가군을 발굴 할 수 있었다는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는다. 해양환경전문가와 토목건축전문가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을 먼저 발굴함으로써 이들과의 교감은 물론 이 사안에 대한 높은 이해가 가능했다.

특히 '해안침식'혹은 '연안침식'이라는 사안의 특이성에 따라 PD를 포함한 스텝의 이해력도 중요하지만 시청자를 이해시키는 작업이 필요한 만큼, 오랜 노하우를 가진 전문가 집단과의 조우가 큰 힘이 됐다.

또 하나의 성공요인은 '정부의 발표'에만 의존하지 않고 오랫동안 이 분야에서 노력해 온 전문가, 피해를 당한 일반인 등과 만나며 '편견을 불식'시킨 것이다.

최 PD는 "전문가들은 정부보다 먼저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우리가 만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대책은 물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있어 더 객관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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