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은 과학교육 핵심과목 채택, 우리는 문과·이과 통합 과정 마련, 역사적으로 과학교육 중요성 증명

영천교육지원청이 관내 중·고등학교 여름 계절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고려 말 화약발명가인 최무선과학관 체험학습을 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주로 장애학생들인 이들은 과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더욱 키우게 되었고 과학에 대한 꿈과 목표를 기르는 중요한 기회가 됐다.

의기소침하기 쉬운 신체적인 약자인 장애학생들이 용기를 갖고, 바깥세상 관찰과 체험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특히 고려말 조선초 사회로 돌아가 역경을 딛고 과학기술을 개척한 '끈기와 패기'의 삶을 배우는 그야말로 개인적으로는 역사적인 계기가 됐을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꿈과 패기를 심어준 '화포의 신' 최무선(崔茂宣·1325~1395)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화약을 발명한 고려 말, 조선 초의 발명가이자 군인이다. 고려 말 왜구가 창궐하자 화약 제조법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원(元)나라에서 제조법을 배워 화약을 만들었다. 1380년 왜구가 대거 침입했을 때 진포에서 화포·화통 등을 처음으로 사용하여 왜선 500여 척을 전멸시켰다.

옛 조선의 삼도수군의 통제사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12척의 배로 수중철책을 설치해 왜군 133척을 대파하고 승리한 최근 개봉작 영화'명량'에선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조선수군이 전투에서 승리한 것은 군함의 우수성이다. 군함에는 당시에는 가공할만한 최신병기인 화포가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 화포는 최무선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

아편전쟁(1840~1842)은 앞서가는 문명으로 자부하는 동양세계에 더 센 서양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킨 전쟁으로 당시 동양인으로서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쉽게 말하면 청나라가 영국에 굴복한 것인데 전투의 승패를 가른 것은 서양의 군함 때문이었다. 군함에 달린 화포이다. 그래서 근대 국제관계에서 이른바 식민지 개척을 좋게 뒤집어서 '함포외교'라 불린다. 그 화포의 화약은 중국이 최초로 만든 것인데 응용한 것은 서양이었다. 백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말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도 조선 대한제국 시대 일제의 식민지개척에 희생당하고 나서야 선각자들을 중심으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문·이과 통합 과정을 마련하고 있다. 과학교육 비중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걱정이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국어·수학·과학을 핵심 교과로 다루고 있다. 과학이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핵심 과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 이상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영어 등에 밀려 6분의 1에 그치고 있다. 새삼 과학교육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최무선과학관을 문화관광 그리고 과학기술 체험의 명소로 만들기 위한 영천시의 노력은 계속돼야 할 것이다. 2012년 4월 개관한 최무선과학관은 월 평균 3천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최무선과학관을 더 확장하여 과학기술의 역사차원에서 조명하도록 추진하는 것도 해 볼만하지 않겠는가.

최무선 장군의 업적을 재조명하고 과학 기술 정신을 잇기 위해 영천시가 최무선과학관을 세운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시책사업으로는 테마선정에 있어서 보기 드물게 역작이다. 이쯤에서 머물러서는 안된다.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 나가야 할 주역인 중등학생들에게 과학적 소양을 가르치기 위한 최무선과학관 체험학습은 대구교육청 경북도교육청 차원에서 확대되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 연후에 전국으로 확대시켜나가야 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 필수인 과학기술정신을 고양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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