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나라와 양나라의 국경에 각 각 현이 있었다. 두 현은 모두 오이농사를 지었다. 어느 해 심한 가뭄으로 오이농사에 비상이 걸렸다. 양나라 현의 농민들은 밤을 세워가면서 오이밭에 물을 대는 등 가뭄극복 총력전을 폈다. 그렇게 애쓴 덕분에 오이가 크고 싱싱하게 자랐다. 양나라 현의 크고 싱싱한 오이를 본 초나라 농민들은 심통이 나 배가 아플 지경이었다. 초나라 현 농민들은 야밤을 틈타 양나라 현 오이밭으로 몰려가 오이를 짓밟아 못쓰게 만들었다. 다음날 아침 오이밭이 쑥대밭으로 변한 것을 본 양나라 농민들은 현령에게 몰려갔다. 자기들도 초나라 현의 오이밭을 쑥대밭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현령 송취는 농민들의 보복 대응을 말렸다. "여러분의 분노는 타당하오. 하지만 여러분이 몰려가 초나라 현 농민들이 한 짓과 똑같은 짓을 한다면 그들은 다시 우리 오이밭으로 몰려와 똑같은 짓을 하게 될 것이오. 그렇게 되면 '오이전쟁'으로 양쪽 모두 오이농사를 망치게 될 것이오. 오히려 우리가 그들의 물대기 작업을 도와줍시다" 현령의 간곡한 당부에 따라 양나라 농민들은 초나라 현 물대기 작업에 동참했다. 초나라 현령은 양나라 현에 '감사하다'면서 많은 선물을 보냈다. 이 미담을 전해들은 초나라 왕은 오랫동안 별러오던 양나라 침략계획을 접고 양나라와 화친서약을 했다. 양나라 현 농민들의 관용이 살육을 빚을 전쟁을 막았던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르헨티나의 한 주간지와 인터뷰서 '더 행복해지기 위한 10가지 방법'을 제시, 세인들에게 깊은 감화를 주었다. 10개중 '다른 사람의 삶을 인정하라', '관대하라'가 첫 번째, 두 번째 항목으로 '관용'을 행복의 으뜸 덕목으로 꼽았다. "자신과 다른 의견이나 태도를 받아들이고 타인의 삶을 인정하는 것이 행복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 "부정적 태도는 건강을 위해 빨리 버리는 것이 상책이다"라는 복음도 전했다.

우리 정치권이 허구한 날 정쟁으로 지새는 것은 상대를 인정하는 '관용'이 메말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재보선에서 야당의 참패는 투쟁 일변도의 '관용 제로'가 자초한 '선거 참사'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양나라 현령 송취의 관용정신을 본받지 않는 한 미래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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