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이 아홉 달린 대추나무 단추 하나
어디서 덕원 수좌가 훔쳐다 주었는데
딩 딩 딩 맑은 소리가
마음 안으로 울려오는 것 같아
여자를 만날 때도 술을 먹을 때도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며 쪼물거렸는데
어느날부턴가
아무 소리 안 들린다
나는 얼씨구
비로소 개잡놈이 된 것이냐
<감상> 염주알 돌리듯, 묵주알 돌리듯 덕원 수좌가 준 대추나무 단추하나를 만지작거리며 하루하루를 경건하게 살았는데, 살다보니 초심은 어디로 가고 세파에 휩쓸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개잡놈이란 그 말이 연꽃을 피우는 구정물 같단 생각이 이 시를 읽으면서 떠오르는 것은 세상이 너무 탁해서일까. (하재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