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백년의 큰 계획인데 혼란만 가중시키는 교육정책, 매몰비용 오류에서 허우적

김찬곤 경북과학대학 교수

소위 진보로 분류되던 어떤 교육감 후보자는 당선되자마자 취임 일성으로 "자율형 사립고의 폐지와 일반고 교육과정의 자율성 확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자사고를 폐지하는 대신 일반고에서도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직업위탁기관을 늘여 제과·미용과 같은 기술을 터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부분 자사고에서 거친 항의와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상업계고등학교'를 '경영정보고등학교로'바꾼 적이 있고, 곧이어 이를 '정보고등학교'로 개명한 적이 있는데, 당시 나름대로의 여러 가지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는 곧 교육선진화를 이루는 단초라고까지 교육당국은 강조하였었다. 그러나 그 후 3년 쯤 지나서는 새로운 교명이 오히려 교육의 정체성을 흐리게 한다는 이유로 그 이름을 다시 원래대로 환원시켰다. 그 과정에서 교육과정의 선진화 등의 명분으로 교육현장에서의 일부 성과가 있었다고 하지만 예산이나 시간적인 면에서 결코 효율적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한편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일선의 비판이 비등했었다. '교육은 곧 백년의 큰 계획'이라는 말을 무색케 한 것이다.

이번의 자사고 폐지 방침도 그렇다. 물론 교육감으로 출마하면서 현재의 교육체계에 대한 비판과 개혁적 대안 제시는 바람직하다.

교육과정에 대한 근원적 검토는 장려할 만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신의 성향에 맞지 않는다고 충분한 토론없이 급하게 이를 바꾸려한다는 세간의 비판에는 좀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직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마치 지금까지의 폐단이 오직 자사고에서 나온 양 분위기를 몰아가는 느낌이라는 현장 목소리를 존중해야 한다.

얼마 전 실시한 교육부 평가에서, 심사대상이 된 자사고의 재지정 기준은 모두 충족으로 결과가 나왔지만, 교육감 취임 후, 그 기준이 잘못되었다며 재평가하도록 하여 합격점을 받았던 14개 학교 모두 지정 취소판정을 내린 것이 그런 목소리의 배경이다. 해당고교에서는 자사고 폐지를 목표로 한 '짜맞추기 평가'라고 반발하고 있는 것도 그런 개연성 때문으로 해석된다.

수월성 교육을 찬성한다면서 평등성을 추구하겠다는 취지의 최근 어느 교육감 발언도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영어만을 잘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수월성이라면, 전 과목을 조금씩 잘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평등성인데, 이를 동시에 잘하게 한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 일반고의 교과편성 자율성을 대폭 늘이겠다는 것은 곧 자사고 운영 취지와 다를 바 없는데, 굳이 취임하자마자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자사고 폐지 강행의도를 들고 나온 것도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혹시라도 교육감이 되면 바꾸려고 주장했던 이상적 정책이, 교육감이 되고 난 뒤 부딪히는 현실성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까지의 주장을 되돌릴 수 없음으로 앞으로 우리는 더 많은 대가를 치르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지출된 비용이 아까워 이에 매달림으로 합리적 선택을 하지 못하게 하는 '매몰비용(sunk cost)' 오류에 빠진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는 뜻이다. 어떤 개인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못하여 부딪히는 계속적 저효율비용을 교육계 전부가 묵묵히 안고 가기에는 너무나 비합리적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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