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로의 인형 =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의 작가 장용민이 펴낸 신작.

2011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최우수상 수상작인 '궁극의 아이'에 이어 한중일 3국에 걸친 역사와 불로초 전설을 토대로 한 매력적인 팩션 스릴러를 토해냈다. 소설은 진시황제의 명을 받아 불로초를 찾아 한반도를 지나 일본에 이르렀다는 서불의 전설을 모티브로 삼아, 한중일 3국에 불로초의 비밀을 공유하는 전통극 단체와 6개의 인형이 존재했다는 가설을 기반으로 전개된다. 흥미진진한 서사, 남사당패에 관한 탄탄한 사전 취재의 힘을 느끼게 하는 묘사, 치밀한 역사적 상상력은 빼놓을 수 없는 소설의 미덕이다.'다빈치 코드'의 상상력에 버금가는 한국 버전을 느끼고픈 독자들에겐 제격일 듯싶다.

엘릭시르. 564쪽. 1만4천800원.

△ 밤의 나라 쿠파 = 전복적 상상력의 이야기꾼 이사카 고타로가 쓴 환상과 모험의 우화.

평범한 공무원인 나는 난파한 낚싯배에 실려 이상한 세계로 발을 내딛는다. 말하는 고양이 톰과 '밤의 나라'에 갑자기 쳐들어온 철국의 기이한 병사, 고양이를 위협하는 쥐, 그리고 전설 속에 존재하는 걸어다니는 나무 쿠파까지. 자신들을 위해 싸워달라는 톰의 제안을 받는 나는 과연 이들을 구하고 스스로도 귀환할 수 있을까?

작가는 오에 겐자부로의 '동시대 게임',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등에 관한 오마주를 도처에 깔아놓고 문학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김수현 옮김. 민음사. 544쪽. 1만4천800원.

△ 바람코지에 두고 간다 = 후배시인으로부터 인수받은 제주도 집에 기거하다 아예 눌러앉아버린 시인 이명수.

1년의 절반 이상을 올레길을 걸으며 제주의 풍광을 사진으로 담고, 마음속에 담아낸 심상은 시로 풀어냈다. 책에 실린 54편 중 30편 이상이 제주도를 소재로 한 시편들이다.

정진규 시인의 친필인 '수월헌'(水月軒) 당호를 내건 그의 집은 부재시 선후배 시인들의 집필실로도 쓰이니, 오가는 정이 따사롭다.

기행(紀行)과도 같은 시편들은 순례와 같다가 마침내 수행으로 받아들여진다. "한 삭이 몇 삭으로 부풀고/사나흘이 삼 년이 되면/온 몸 저린 슬픔의 결이 삭아 내려/골기骨氣만 남는다" ('절해고도' 중)

문학세계사. 144쪽. 1만원.

△ 효자손으로도 때리지 말라 = 40년 내공의 베테랑 기자인 한국일보 임철순 논설고문이 쓴 유머 에세이집.

심심풀이처럼 가볍게 던지는 듯한 100편의 유머 곳곳에는 기자정신을 깃들인 세태 풍자 또한 번뜩인다. 기자정신의 반대말은 '맨정신'이라고 농을 거는 저자는 그 기자정신의 소유자답게 놓쳐버릴 수 있는 사소한 일상 속에서 위트꺼리를 찾아내 끊임없이 비틀고 풍자한다. 금도(襟度)라는 말의 어원도 제대로 모르는 채 오용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풍자 등 따끔한 일침은 날카롭다.

열린책들. 352쪽. 1만2천800원.

△ 방드르디, 야생의 삶 = 미셸 투르니에 지음, 고봉만 옮김.

태평양 외딴 섬에 표류한 서구사회 문명인 로빈손 크루소와 자연에 동화한 채 자유분방한 삶을 즐기는 야만인 방드르디. 대니얼 디포의 '로빈손 크루소'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 지성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저자가 써내려갔다. 이를 통해 작가는 문명과 야만, 인간의 관습, 진정한 자유로움에 관한 실존적 물음을 제기한다. 이번에 충북대 교수인 역자가 번역을 새로 손보고, 자세한 해설을 붙여 새로 냈다.

문학과지성사, 212쪽,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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