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으로 사막화 가속, 세계 곳곳에서 식량난 심화, 제2녹색혁명으로 극복해야

안영환 편집위원

20세기는 유례없는 인구 폭발의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마스 맬서스의 가설이 기우가 됐던 건 1960년대부터 본격화됐던 녹색혁명 덕분이었다. 수년 전 타계하여 이제 전설이 된 미국의 농화학자 노먼 볼로그(Norman Borlaug)가 197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었을 때를 기억한다. 노벨상 중에서도 가장 잡음이 많은 평화상이지만 이때처럼 만방에 광휘를 뿌렸던 건 인류를 굶주림에서 해방시킨 그의 선구자적 공로 때문이었다. 그는 다수확품종인 멕시코 원산지 밀 육종에 성공하여 녹색혁명에 시동을 걸었던 것이다.

인구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오는 2050년까지는 계속 늘어나 85억~90억 명에 달하게 될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지구적 환경이 온난화 영향으로 급변해 가는 형국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에서도 봄과 가을이 갈수록 짧아지고 여름엔 태풍과 홍수 등 재해가 늘어만 간다. 태풍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는 유럽에서도 해마다 태풍급에 준하는 폭풍이 휘몰아치고 홍수가 잦아지고 있다. 태평양의 타이푼, 카리브해역의 허리케인 그리고 인도양의 사이클론 같은 태풍이 유럽연안 대서양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었다.

2050년까지 지구면적의 1/4이 사막화되어 갈수록 농경지는 줄어들 추세다. 특히 중국의 북서부, 인도의 동남부, 방글라데시 등 서남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의 사막화가 심각하다. 해수면이 높아져 강에 바닷물이 유입됨으로써 특히 아시아의 큰 강 델타지역에 염분이 스며들고 있다. 광대한 옥토인 이 지역들이 황폐화된다면 그동안 이룩해 놓은 녹색혁명의 탑은 허물어지고 만다. 쌀 재배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분야다. 물 부족은 쌀 재배를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쌀농사에 사용되는 물이 세계 담수량의 1/3를 차지한다. 가뭄, 홍수, 염분확산 그리고 폭염 등이 쌀뿐만 아니라 각종 곡물들의 수확량을 떨어트리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낙동강 유역과 곡창지대 호남의 만경평야의 염분이 증가할 날이 멀지 않다.

곡물 중에서도 쌀 수요는 인구가 많은 아시아에서 연간 2%씩 늘어나 생산증가율을 앞선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는 매년 20%씩이나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전한다. 쌀을 비롯한 곡물들은 제1녹색혁명을 지나면서 생산량 증가가 정체되고 있다.

제2녹색혁명은 홍수와 한발과 염분에 강한 유전인자를 가진 볍씨 육종에 집중돼야 한다고 FAO 전문가들은 말한다. 노만 볼로그가 개발했던 키 작은 밀과 옥수수보다도 더 작은 반 난쟁이에 가까운 작물, 특히 벼에 있어서 필요하다는 논거다. 비료는 열매보다는 줄기의 키를 키우는데 자양분을 더 제공한다. 키 큰 작물은 태풍에 그냥 쓸어져 일어나지 못하고, 홍수에 잠기면 썩어버리고, 한발에는 쉽게 말라 비틀어져버리는 약점이 있다. 홍수에 잠겨도 물이 빠지면 건재할 볍씨를 개발한다는 건 매우 중요한 과제다. 국제농업전문가들은 반 난쟁이 벼를 볼 날이 멀지 않다고들 하는데,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듯 싶다. FAO 추계에 의하면, 향후 25년 간 3조 달러가 투자되어 제2녹색혁명을 추진하면 1억5천만 명을 기아에서 구해낼 수 있고, 누적 경제효과는 그 투자비용의 수백 배에 달하는 연간 20조 달러에 이를 거라고 하니, 우리 정부와 육종연구기관도 적극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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