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어디서 잤는지
머리에
붉은 실밥이 가득하다
수박장사 리어카조차
그늘에서 쉬고 있는
한낮
지린내가 진동하는
공터에
태양을 독점한 듯
미친 여자 하나
눈부시게
서 있다
<감상> 백일홍 붉은 꽃이 여름을 수놓고 있다. 밑동을 간질이면 나무가 꿈틀거린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던 백일홍, 백일동안 꽃을 피운다는 이야기에 놀란 적도 있다.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운다, 는 말이 있는데도 백일홍은 백일 가까이 꽃을 피우고 있다. 잔 꽃들이 배턴을 이어받듯 이어받기 때문임을 어른이 된 후에 알았다. (하재영 시인)